신흥국 전기차 전쟁 치열…현대차·기아, 소형 EV·현지화로 반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후 01:48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신흥국 시장 공략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남미·중동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튀르키예 등 신흥국들도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서며 시장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배터리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현대차의 동남아 생산거점 가동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가동률은 37.7%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56%보다 18.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024년 초 110.9%에 달했던 풀가동 수준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사실상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생산량도 2024년 1분기 2만2520대에서 올해 1분기 1만2540대로 감소했다.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1만7189대에서 1만4703대로 14.5% 줄었다.

베트남 공장(HTMV)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분기 가동률은 44.6%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포인트 하락했고, 판매량도 1만3934대에서 1만2597대로 감소했다. 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은 103.7%, 국내 공장은 102%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며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를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중국 완성차 브랜드는 2022년 3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급증했다. 저가 전기차와 현지 맞춤형 모델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지난해 37% 감소한 2만2400대에 그쳤고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아세안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세안 주요 6개국 내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2021년 7%에서 2023년 52%로 급등했다. 동남아 최대 전기차 시장인 태국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의 85%가 중국산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BYD가 베스트셀러 전기차 브랜드에 올랐다.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를 넘어 중남미·중동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BYD는 태국·브라질·헝가리·우즈베키스탄 등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도네시아 서(西) 자바 지역에도 10억 달러 규모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3만8000대를 판매해 4위에 머물렀고, BYD는 2위를 기록했다.

신흥국 자국 브랜드의 성장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 빈패스트(VinFast)가 지난해 8만7000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현지 판매 1위 브랜드에 올랐다. 튀르키예 역시 국영 전기차 브랜드 TOGG를 육성하며 수입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전기차 역시 특별소비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형 EV 확대와 배터리 현지화,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아는 EV3·EV4·EV5에 이어 EV2까지 대중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3를 튀르키예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배터리 현지 조달 전략도 강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합작공장 ‘HLI그린파워’를 완공하며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국산 부품 사용 요건(TKDN) 충족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HMMI에 총 15억5000만 달러를 순차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공급망 현지화와 맞춤형 전략 경쟁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업체들은 현지 공장과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과 관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도 소형 EV 확대와 배터리 현지화 등을 추진 중이지만, 전동화 경쟁력과 공급망 현지화, 맞춤형 라인업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