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급등에…원두 없는 대체 커피 '부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5일, 오후 02:0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국내 커피 시장에서 ‘커피 없는 커피’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원두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으로 글로벌 대체커피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스타트업과 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기 제품이 등장했다.

글로벌 대체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 공급망 불안에 글로벌 시장 급성장

25일 마켓리서치퓨처(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커피 시장은 2024년 276억9000만달러 규모에서 2035년 498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대체커피는 커피 원두를 쓰지 않거나 원두 사용량을 줄이면서 커피와 비슷한 맛과 향을 구현한 제품군이다. 보리, 치커리, 곡물, 버섯, 식물성 부산물 등을 볶거나 발효·배합해 커피 풍미를 낸다. 카페인 부담을 낮추면서도 커피를 마시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카페인 수요의 연장선에 놓인다.

대체커피 시장은 커피 생산 불균형과 높은 가격 부담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5/26시즌 세계 커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50만포대 증가한 1억 7880만포대(1포대당 60kg)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량도 1억 7390만포대까지 늘면서 커피 재고는 5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부담도 여전하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커피 가격 종합지표(I-CIP)는 이달 14일 기준 파운드당 259.50센트로 2023년 12월 평균보다 약 48%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류비 부담, 주요 생산국 작황 변수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와 병해, 산림 훼손 등으로 커피 재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대체커피 시장 확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도 디카페인 시장 성장…스타트업부터 운영

국내에서도 시장을 키울 기반은 만들어지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농식품 데이터 플랫폼 트릿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디카페인 커피 수입액은 1억 500만달러로 전년대비 66.2% 증가했다. 수입 중량은 7949톤(t)으로 48.9% 늘었다. 임산부와 수험생, 야간 근무자뿐 아니라 수면의 질과 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카페인을 줄인 커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대체커피 시장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초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웨이크는 대체커피 브랜드 산스를 운영 중이다. 산스는 커피 원두 없이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커피 맛과 향을 구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티 브랜드 슈퍼말차도 무카페인 음료 슈퍼보리를 리뉴얼하며 곡물커피 카테고리를 내세웠다. 보리, 호밀, 치커리 등을 활용해 커피와 유사한 풍미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대형 식음료 기업도 관련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매일유업은 RTD(Ready To Drink) 커피 전문 브랜드 ‘바리스타룰스’를 통해 무카페인 액상음료 ‘바리스타룰스 오르조 블랙’을 출시했다.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를 뜻한다. 매일유업은 유럽산 보리와 치커리, 호밀, 맥아 등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다크 로스팅과 배합 기술을 적용해 커피대체 블랙음료의 풍미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트렌드를 눈여겨 보는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대체커피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어 다양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체커피가 아메리카노 같은 원두 중심 메뉴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 가공 음료 시장에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RTD 커피와 편의점 PB 음료, 커피믹스, 분말 음료는 원두 자체의 향미보다 단맛, 우유, 향료, 기능성 성분 등과의 배합이 중요하다. 일정 비율의 곡물·치커리·식물성 원료를 활용하면 저카페인, 기능성, 지속가능성 이미지를 함께 내세울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카페인·기능성 음료 수요가 커지고 식품업계가 원료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대체커피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원두 중심 메뉴의 보완재 성격으로 가공 음료나 제과류 시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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