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소재 선일금고제작 본사에서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김영숙 대표는 금고의 개념부터 다시 정의했다. 과거 기업이나 은행, 사무실에서나 쓰던 금고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며 국내 시장을 키운 선일금고제작은 이제 금고를 ‘보안가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가 자사의 금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김 대표는 “예전 금고 시장은 사무용 중심이었다”며 “백화점과 홈쇼핑에 디자인 금고를 처음 선보였을 때 업계에서는 ‘저런 금고는 안 팔린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최근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금고 시장이 급성장했다. 돌반지와 인감도장, 보험증권, 통장, 자동차 비상키 등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어린 자녀들의 손편지나 세뱃돈, 가족의 추억까지 보관하는 문화가 생기며 회사도 덩달아 성장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금고가 부자들만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고령화, 보안 의식 강화로 생활 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보관하는 습관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일금고제작은 ‘디자인 금고’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입점, 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혔고 마블·디즈니·영국 내셔널갤러리와 협업한 제품도 선보였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회사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화재로 인해 공장 75% 이상이 소실됐는데도 발빠르게 피해를 복구했다. 화재 피해 이전 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680억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7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메타셀’(METACEL) 제품군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셀은 도장과 용접 공정을 없앤 ‘No Painting·No Welding’ 방식의 친환경 금고다. 삼성전자 비스포크나 LG전자 오브제컬렉션에 사용되는 컬러 강판을 적용해 디자인과 내구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김 대표는 “기존 도장 방식 금고는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거나 녹이 슬 수 있지만 메타셀은 내구성이 뛰어나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설사 빌트인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숲 트리마제와 래미안 개포루체하임, 울산 태화강 아이파크 등 고급 주거단지에 제품을 공급했고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도 협의하고 있다. 가구 당 1금고를 확보하는 시장이 개화 중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 기반 스마트 보안가전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축적한 내화·방도(도둑 방지) 기술 위에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커넥티비티 기술을 통해 금고를 보안 네트워크의 핵심 기기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하나의 앱으로 다양한 기기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해 ‘커넥티드 리빙’(Connected Living) 환경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리지 환경에 맞춘 보안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가 자사의 금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일금고제작은 예술작품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금고 시장을 개척했다.(사진=김영환 기자)
김 대표는 “화재 당시 지역 기업인들과 시민들이 밥차와 커피차를 보내주며 정말 많이 도와줬다”며 “그 일을 겪으며 기업은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은혜를 잊지 않고 최근 파주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았다. 파주시 행복장학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단순한 금고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삶을 지키는 보안가전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 위에서 ‘1가구 1금고’ 시대를 꼭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