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카드' 다 꺼내든 신세계…정용진 사과 이후 '변화'에 달렸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7:06

[이데일리 김정유 김미경 기자]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가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진행한 대국민 사과의 한 단락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부적절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이례적으로 그룹 총수까지 나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향후 강도 높은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도 약속했다.

논란 발생 8일 만에 관련자 징계 및 자체 조사, 총수 대국민 사과 등 그룹 차원의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도 정 회장의 행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사과의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정 회장의 발언처럼 향후 신세계그룹의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문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 번 고개 숙인 정용진, ‘스벅 카드’ 환불 완화도 ‘즉시조치’

정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에서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낀 5··18 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그리고 국민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스타벅스 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꼈을거라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논란 발생 당일 서면으로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은 직접 나와 카메라 앞에서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대기업 총수가 이처럼 대외적으로 대국민 사과까지 진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의 사회·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의미다.

이날 정 회장의 사과와 더불어 관심을 끌었던 건 신세계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다. 5·18 운동을 폄훼한만큼 고의성 여부가 중요했던 만큼 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다. 그룹은 해당 마케팅을 기획한 스타벅스 코리아 커머스팀의 결재라인 등을 모두 조사했지만, 고의성 여부는 최종 확인하지 못했다. 팀원 일부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서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은 이날 발표에서 “커머스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최초 기획 단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회사 차원에선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경찰 조사 이후 고의성 여부가 판명되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결재 과정의 허점도 인정했다. 전 총괄은 “총 4단계 결재 과정에서 원래 합의 주체로 포함돼야 할 사회적책임(CSR) 담당과 법무 검토가 배제됐다”며 “커머스 조직이 마케팅과 매출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합의 단계에서도 내용을 보지도 않고 관행적으로 결재한 측면이 있었다”고 고개 숙였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직후 즉시 스타벅스 카드 잔액 환불 기준을 한시적 완화하는 조치도 했다. 그간 스타벅스는 최종 카드 잔액의 60% 이상 사용시 40% 이하에 해당하는 잔액을 환불해 왔지만,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 해당 기준과 상관없이 고객 요청시 한시적 예외 환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발빠른 후속 대응이다.

또한 신세계그룹 측은 사안 이후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귀책사유에 따라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되사갈 수 있는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한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신세계그룹 임원들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규봉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 전무(왼쪽부터),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총수 사과 의미있지만…중요한 건 근본적 후속조치

업계에선 정 회장이 직접 나서며 총수 차원의 사과를 한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사과 이후 과열됐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을 수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사과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일회성 메시지가 아니라 앞으로도 일관된 자세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도 구성원들의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 팀장·본부장 단위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반복되는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사회·정치적 리스크를 사전 심의·점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윤리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단순 실무진 검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감수성을 경영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경영에 집중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브랜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결국 핵심은 ESG와 사회적 감수성”이라고 밝혔다. 또 “스타벅스는 원래 ‘제3의 공간’이라는 브랜드 철학 아래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로의 공간을 제공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지녀왔다”며 “최근 논란으로 이런 브랜드 정신이 훼손된 만큼,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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