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가전' 사러 1000명 대기…중기·중견기업 리퍼 마케팅 '활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7:09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중기·중견 가전업체들이 리퍼비시(Refurbish·재정비) 시장을 겨냥한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산·유통 과정에서 흠집이 발생하거나 반품된 상품을 재정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리퍼 시장이 경기 불황에 각광받자,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선보여 제품을 홍보하거나 자사 온라인몰 유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재고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창출하고 친환경 경영에 기여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대림바스가 펀딩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리퍼 제품 소개 이미지.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욕실가전 전문업체 대림바스(005750)는 지난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인공지능(AI) 스마트 비데 리퍼 상품을 판매한다. 이 제품은 AI가 주변 온도를 감지해 최적화된 온도로 온수를 비롯해 변좌, 건조 온도를 유지해주고 탱크 없이 스마트 직수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는 게 특징이다. 프리미엄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지만 리퍼 상품인 점을 감안해 기존 제품 대비 44%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기 전 알림 신청이 1000명을 넘어서며 관심을 모은 이 제품은 아직 판매가 종료되지 않았지만 이미 예정 목표 펀딩 금액의 5610%를 달성했다. 판매 시작 이후 테크·가전 부문 실시간 펀딩 구매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림바스가 자사몰이 아닌 와디즈 플랫폼에서 리퍼 상품을 판매하는 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홍보하면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와디즈는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실시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1월 와디즈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하며 글로벌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이번 리퍼 상품 판매는 정상적인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미사용 리퍼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판매 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기획했다”며 “판매 예정 제품은 모두 기능과 품질 기준을 충족한 상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기능과 테크 요소에 관심이 높은 고객층이 집중된 와디즈를 주요 초기 판매 채널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며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과 시장성을 빠르게 확인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디프랜드의 리퍼 기획전 홍보 이미지. (사진=바디프랜드)
렌털가전 업체들도 리퍼 상품 판매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자사몰 유입 유도에 나섰다. 바디프랜드는 자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안마의자 리퍼 제품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리퍼 제품을 소비자가 모바일 라이브 방송 중 구매할 경우 특가 혜택 및 상품권을 제공한다. 지난 12일날 진행된 방송에서는 자사 안마의자 ‘에덴’ 리퍼 제품 11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제품의 경우 정상가 대비 55%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코웨이(021240)도 리퍼 기획전을 통해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의 렌털 상품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리퍼 할인 안내 신청 서비스도 선보였다. 쿠쿠 역시 정수기 등의 등 리퍼 제품을 정상가 대비 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리퍼 전문몰 ‘뉴퍼마켓’을 운영하는 전시몰닷컴은 리퍼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회원수가 11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는 26일 현재 120만명을 넘어서며 회원수 증가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리퍼 품목도 기존 가전 중심에서 식품, 잡화, 의류 등 2만개로 늘었다.

쿠쿠에서 진행하는 리퍼 페스티벌 기획전 이미지. (사진=쿠쿠)
과거에 비해 리퍼 상품 판매가 늘어난 건 기업와 소비자 간 니즈가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새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 재고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리퍼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 검수 과정을 거쳐 리퍼용 제품을 재판매할 경우 효율적으로 재고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재고 처리 개념보다 순환 소비와 지속 가능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기업의 자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기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퍼 제품 선호가 높아진 가운데 관련 상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점이 리퍼 시장을 성장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위축될 때 소비자들이 절약하기 위해 리퍼 제품을 찾게 된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쇼룸으로 전환하면서 전시용 상품을 리퍼 제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약해진 것도 시장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통 구조의 변화로 렌털 판매 품목이 늘어남에 따라 리퍼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교수는 “렌털로 판매되는 품목이 늘어나면서 단순 가전뿐만 아니라 패션, 자동차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리퍼 시장이 형성되고 점차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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