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 충전금 600억 기업들 주머니로…선불금 논란에 드러난 '조용한 수익'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7:05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6월 1일~14일까지 충전 금액 사용 비율 조건 없이 잔액 환불 가능합니다.”(스타벅스 코리아측)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계기로 선불충전금의 ‘낙전수익’(영업 외 수익)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을 환불받으려면 60% 이상 사용해야 하고, 5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기업의 ‘영업 외 수익’으로 귀속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측이 26일 기자회견에서 선불카드 잔액환불을 약속했지만, 이는 보름간 한시적으로만 진행하는 이벤트 성격이 강해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 될 전망이다. 동시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티머니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백억원 규모의 미사용 충전금 처리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 한 스타벅스 매장 안으로 고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하루 평균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이용금액은 8289억원에서 2025년 1조 3051억원으로 약 5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불충전금 잔액은 2조 5000억원에서 5조 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선불 결제를 해놓고 5년이 지나도록 쓰지 않아 사업자들의 낙전수익으로 바뀐 금액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470억원이던 낙전수익은 2023년 557억 8000만원, 2024년 601억원으로 늘어났다. 낙전수익 또는 낙전수입은 소비자가 충전한 선불금 가운데 장시간 사용되지 않은 잔액이 사업자 수익으로 귀속되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 잔액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분류돼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에 이용자가 5년 동안 충전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잔액은 소멸되고 사업자는 이를 회계상 ‘영업 외 수익’으로 처리한다.

현재 낙전수익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업자별로 자료를 제출받아 사후적으로 집계하고 있다. 따로 관리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정확한 규모 파악과 체계적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2023년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며 선불충전금 전액에 대한 별도 관리 의무가 도입됐지만 이는 충전금 보관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장기미사용 충전금 환급이나 소멸 이후 처리 문제는 명시된 바 없다. 이 때문에 휴면예금처럼 공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낙전수익 문제를 개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표준약관이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보호조치 역시 소멸시효 완성 이전 단계에 집중돼 한계가 있다”며 “휴면예금처럼 시효 완성 이후에도 원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 선불충전금을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관리하는 ‘휴면예금 등’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은행 휴면예금은 서금원에 출연돼 관리되며 원권리자는 기간 제한 없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선불충전금 역시 시효완성 이후에도 소비자가 언제든 환급을 요구할 수 있고 운용 수익은 서민금융 지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잠자는 페이·머니를 원권리자에게 돌려주고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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