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감사 보고에도 깜깜이…디캠프 내홍, 은행권 책임론 번지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7:25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를 둘러싼 내홍이 노조 결성, 내부 감사, 노동당국 신고로 이어지며 은행권 출연기관의 관리·감독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박영훈 대표 취임 이후 디캠프가 ‘디캠프 2.0’을 내세워 투자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커진 가운데, 단순 조직관리 논란을 넘어 재단의 설립 목적과 의사결정 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프론트원 (사진=디캠프)


26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에 대한 감사 결과는 지난주 디캠프 이사회에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감사는 박 대표 취임 이후 투자 기조 변화가 이사회에 충분히 보고됐는지, 성과향상프로그램(PIP) 도입과 일부 직원 업무 배제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성 발언 의혹이 있었는지 등을 둘러싸고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감사 범위에 포함됐는지를 비롯해 박 대표 등에 대한 처분이나 제도 개선 권고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사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거나 후속 조치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캠프는 2012년 은행권이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공동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단순한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아니라 금융권 사회공헌 성격을 지닌 공익성 재단이다. 초기 창업팀에 사무공간과 네트워크, 투자자 접점을 제공하고, 국내외 벤처펀드에 출자해 민간 자금이 창업 생태계로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디캠프의 누적 투자 규모는 총 8676억원에 이르며, 직접투자만 406억원, 출자펀드 1355억원, 정책펀드 6915억원이다.



◇초기창업 지원서 투자기관으로…흔들린 디캠프 정체성



논란의 출발점은 박 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투자 전략이다. 박 대표는 2024년 취임 이후 기존 창업지원 플랫폼 성격이 강했던 디캠프를 투자 중심 조직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냈다. 그는 삼성물산과 액센츄어, 보스턴컨설팅을 거쳐 GS리테일 부사장을 지낸 민간 출신 인사로 디캠프가 기존 센터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 격상된 이후 맞은 첫 민간 수장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인 디캠프 2.0을 선언하며 기존 초기 창업팀 발굴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보다 검증된 기업을 선발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핵심은 디캠프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배치' 의 도입이다. 배치 프로그램은 제품과 매출이 어느 정도 검증된 프리A~시리즈A 단계 기업을 선발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투자 티켓을 키우고 후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기업가치 100억~300억원 안팎의 스타트업이 주된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디캠프의 본래 역할과 맞느냐다. 디캠프는 일반 VC처럼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조성된 펀드가 아니다.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권 출연금이 들어간 공익성 재단이고, 설립 취지도 기존 금융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창업 생태계의 리스크를 함께 떠안는 데 있었다. 은행 대출도, 민간 VC 투자도 받기 어려운 극초기 창업팀에 사무공간과 네트워크, 첫 투자자 접점을 제공하는 것이 디캠프의 상징적 역할이었다.

디캠프의 기업가치 100억원 미만 극초기 기업 직접투자는 2023년 34곳에서 2024년 5곳, 2025년 1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25년에는 프리A 10곳, 시리즈A 5곳, 시리즈B 2곳으로 무게중심이 뒤로 이동했다. 2026년에도 시드 2곳, 프리A 3곳, 시리즈A 8곳, 시리즈B 1곳으로 후기 단계 비중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프론트원 운영을 둘러싼 비효율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프론트원은 디캠프가 서울 마포에서 운영하는 대형 스타트업 보육 공간으로, 초기 창업팀에 사무공간과 네트워크, 투자자 접점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디캠프의 무게중심이 극초기 기업에서 프리A~시리즈A 단계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공간의 성격과 실제 수요 사이에 미스매치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까지 번진 내부 불신…이사회 후속조치 주목



투자 방향 전환을 둘러싼 문제의식은 조직 내부 갈등으로도 번졌다. 디캠프 직원들은 지난달 20일 설립 이후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정규직 58명 중 절반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 계기는 박 대표 체제에서 도입된 성과향상프로그램(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이었다. PIP는 저성과 직원을 대상으로 개선 계획을 부여하는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대상자 선정 기준과 평가 절차가 불투명하면 사실상 구조조정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조 측은 PIP 대상자 선정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했고, 일부 직원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부 불신의 배경에는 인사제도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표 취임 이후 디캠프의 사업 방향과 투자 철학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과 이사회가 충분히 설명을 들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디캠프는 대표 개인이 만든 회사가 아니라 은행권이 공적 목적을 갖고 공동 출연한 재단이다.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 통제를 받아야 하고, 19개 출연 금융기관과 창업금융 관련 기관들도 재단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 디캠프 관계자는 “대표 개인의 노무·조직관리 문제로 출발한 사안이라도 디캠프가 은행권 출연으로 운영되는 재단이라는 점에서 기관 차원의 문제와 분리하기 어렵다”며 “이번 논란이 스타트업 지원사업의 신뢰도뿐 아니라 이사회와 출연기관의 관리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에서는 감사 결과가 이사회에 보고된 이후에도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사안은 투자 기조 변화의 이사회 보고 여부, PIP 도입과 업무 배제 과정,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성 발언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 가운데 무엇이 감사 범위에 포함됐는지, 이사회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후속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감사 이후 후속 조치가 불분명한 상황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도 부담이다. 디캠프는 현재 딥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배치 8기 모집을 진행 중이고, 6기와 7기 역시 올해 배치 기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감사의 핵심 쟁점이 투자 방향 전환과 이사회 보고 절차였던 만큼, 감사 이후 이사회가 투자 대상 단계, 투자 한도, 심의·승인 절차를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배치 선발도 기존 논란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디캠프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배치 프로그램과 글로벌 프로그램 등 주요 지원사업은 예정대로 운영되고 있고 실무진도 현장에서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창업지원기관은 신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과 투자자, 외부 파트너를 연결하는 곳인 만큼 대표 관련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지원사업의 참여도와 대외 협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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