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 더 누리는 '세금 감면' 손질…취약계층 '직접 지원' 늘린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05:01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김미영 기자]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인 ‘조세지출’을 줄이고 현금과 바우처 등과 같은 직접 지원을 늘리는 ‘재정지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조세지출 제도를 손질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278개에 달하는 조세지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재경부는 조세지출을 재정지출로 전환했을 때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항목들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조세지출을 없애는 대신 실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혼인세액공제가 꼽힌다. 2024~2026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게 각각 최대 50만원씩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 당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으로 연장 없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에 혜택이 적게 돌아가는 소득 역진적 현상이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제도 도입 첫해인 2024년 귀속 연말정산에서 21만 5326명이 937억 74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자 2만 4554명의 1인당 평균 세액공제액은 19만원에 그쳤다. 반면 연봉 5억원 초과 69명과 10억원 초과 19명은 모두 최대 한도인 50만원을 공제받았다.

이 제도대로면 성과급 6억원 수령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연봉 1억원 근로자가 올해 결혼하면 50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소득이 낮아 세액이 적거나 없는 근로자는 결혼해도 세제혜택이 적거나 아예 없다. 정부 관계자도 “결혼자금 지원이 절실한 건 취약계층인데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목했다.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운영 중인 자녀세액공제도 손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자녀세액공제의 경우 현재는 9세 이상의 자녀가 1명이면 25만원, 2명이면 55만원의 세금을 덜어준다. 3명부터는 1명당 40만원을 추가 공제한다. 저소득층일수록 자녀양육비 부담이 크지만, 혜택엔 소득제한이 없어 소득양극화 해소엔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4년 귀속 연말정산 결과를 보면 급여 2000만원 이하 1만 6816명이 21억 8800만원의 혜택을 받았는데, 연봉 3억원 넘는 2만 388명은 55억 51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액공제 혜택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각종 공제를 적용해 산출세액이 나온 이후에 적용하다 보니 본래 소득이 적거나 다른 공제를 많이 받아 결정세액이 없거나 적으면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산후조리비 세액공제도 비슷한 구조다. 정부는 출산 1회당 최대 20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의료비 세액공제로 지원하고 있다. 애초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만 대상이었으나 2024년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 이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도서 구매비와 공연·영화관람료 등 문화비 소득공제 등을 재정지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신용카드 등으로 책을 구매하거나 공연·영화를 보면 총급여의 25% 초과 사용금액에 대해 기본공제율(15%)보다 높은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도서·문화 향유 기회와 경제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세액이 적은 취약계층으로선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는 혜택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용카드 공제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모두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 고소득층일수록 소득·세액공제가 유리하다는 점 등이 문제”라며 “조세지출 항목을 대거 재정지출로 전환해 바우처로 지급하면 소득재분배 효과와 재정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세지출을 재정지출로 전환하는 과제는 오는 7월 말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담길 전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조세지출을 언급하며 “힘들더라도 과감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전면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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