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분사론 살펴보니…"DS·DX 사내 계급화" vs "지배구조 재편 부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05:32

[이데일리 김정남 김소연 기자] 국내 한 반도체 석학급 교수 A씨는 수년 전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를 만날 때면 시스템LSI(설계 전문) 사업의 분사를 건의했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의 강점이 제조 분야이니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함께 가져가고, 시스템LSI는 따로 떼어내 집중하면 더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김 대표이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스템LSI 사업이 자립할 수 있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적자 사업 특성상 분사할 경우 미래 투자를 제때 못하는 탓이다. A씨는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강점이 분명히 있지만, 이와 동시에 제조와 설계 등 두 파트에서 소통이 잘 안 되는 문제 역시 있다”며 “스핀오프(spin-off)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가장 최근 나온 분사론은 4년 전인 2022년 한 증권사의 리포트가 발단이 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떼어내 미국 나스닥에 상장 시켜야 한다는 말이 시장 일각에서 나왔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시스템LSI ‘경쟁사’라는 이해상충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 하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를 추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회장은 2024년 10월 로이터와 만나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다시 수면 위 떠오른 삼전 분사론

시장을 중심으로 잊을만 하면 삼성전자 분사론이 나오는 것은 회사 규모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TV, 생활가전, 의료기기 등 완제품(DX) 사업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반도체(DS) 사업을 동시에 하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다.

최근 성과급을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분사론이 다시 시장 안팎에서 거론돼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번에는 반도체 내부가 아니라 훨씬 더 복잡다단한 DS부문과 DX부문의 분리 문제여서 더 주목 받는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국내 한 4대그룹 임원은 “30년 넘게 TV를 연구하던 부사장급 임원이 이제 막 입사한 메모리 저연차 직원보다 급여가 적다면, 이것은 단순히 박탈감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회사의 원칙과 체계가 헝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 인재개발원은 ‘대체 불가’ S급 인재들을 추려서 관리하는데, S급 임원들의 성과급이 메모리 직원들보다 적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는 26일 수원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가처분 신청이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하는 찬반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노노 갈등의 골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진 방증이라는데 이견은 거의 없다.

◇박탈감 크지만…걸림돌 너무 많아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인 걸림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극히 ‘감정적인’ 분사론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올 수는 있지만, 경영·재무·지배구조 관점에서 따져보면 손실이 이득보다 커서다.

당장 터져나올 게 주주들의 반발이다. 물적분할(분리·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모두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 이후 신설 자회사를 상장 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기존 주주들의 가치 훼손이 불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라우마와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기업 쪼개기 상장을 두고 직접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 금융시장 고위인사는 “내부 성과급 갈등을 풀고자 물적분할을 선택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기관, 외국인, 소액주주 모두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뼈대를 재편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문제 역시 있다.

완제품과 반도체가 경기 하강 국면 때마다 서로를 지탱해주는 삼성전자 특유의 강점이 사라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메모리를 30년, 40년 넘게 봤던 내부 최고위 임원들도 메모리 사이클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답한다”며 “지금 초호황이 언제 또 꺾여 적자를 낼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업계 일부에서는 내후년 초부터 메모리 물량이 큰 폭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은 단연 스마트폰과 TV”라며 “이번 합의안 가결 이후 DX부문에 대한 추가 보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더 장기적으로 성과급 논란을 봉합하려면 정부까지 나선 노사정 대화 기구 구성이 절실하다”며 “삼성 경영진은 이에 맞춰 하루빨리 새로운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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