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늑장처리' 관행 타파…조세불복사건, '장기미결' 없앤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05:01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조세불복 청구 이후 1년이 지난 장기미결 사건은 올해 연말까지 모두 마무리짓겠습니다. 앞으로도 1년 이상 끌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상길 조세심판원장이 심판원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혀온 ‘늑장처리’ 관행을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 연평균 400건 넘는 조세불복 청구사건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진 만큼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상길 조세심판원장(사진=조세심판원)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이 원장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심판원의 개혁은 사건 처리기간 단축일 것”이라며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속도를 최대한 높이겠다”고 했다.

앞서 조세심판원은 ‘고강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엔 6월 안에 ‘180일 초과 2000만원 미만 소액사건 전량처리’, ‘1년 이상 장기미결사건의 50% 이상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원장은 “법정기한인 90일을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기한을 늘리기보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기간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인공지능(AI)의 업무 도입으로 사건 처리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오는 9월부터 AI시스템을 도입해 10만여 건의 심판 결정례를 학습시키면 업무효율이 20~30% 향상할 것”이라며 “직원 60명이 일하는 조직이 사실상 80여명 규모 조직의 효과를 내는 셈”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원 8명인 상임심판관은 1인당 처리건수가 연 1000건을 훌쩍 넘어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다. 이 원장은 “현재 8개인 심판부를 내국세와 지방세 분야에서 각각 1개씩 더 늘리는 것이 바람”이라며 “AI가 보조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심판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수·변호사, 전직 공무원 등이 맡는 비상임심판관의 경우 현행 36명에서 단계적으로 70명까지 두 배가량 늘려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 다른 기관을 참조해 제시한 규모다.

이 원장은 현행 4급 이상에서 7급 이상으로 재산신고 의무대상 확대, 심판원 내 청렴윤리팀 신설 등 개혁안에서 청렴·공정을 주요하게 다룬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특히 세금을 다루는 심판원에서 공정의 기본전제는 청렴”이라며 “그간 밖에서 심판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면 우리의 잘못이고 나쁜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구글과 넷플릭스,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조세불복사건에 대해 이 원장은 “법령 해석의 차이일 뿐, 국세청의 부실과세라 말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 기업은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했지만 기각당하자, 법원으로 달려가 줄줄이 승소했다.

이 원장은 “국세청은 법정에서 이길 확률이 40%에 불과하더라도 과세할 수밖에 없고, 심판원도 법정에서 다퉈볼 만하다고 판단하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다”며 “(정당한 과세에 패소한다면) 법령을 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세심판원은 불복 청구세액이 커질수록 인용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조세심판통계연보를 보면 청구액이 3000만원 미만인 불복사건에서 청구납세자가 이긴 인용률은 13.7%인 반면, 청구액 200억∼500억원인 사건의 인용률은 47.1%다.

이 원장은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액사건은 공정·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리강화책을 국무조정실 등이 함께하는 민관태스크포스에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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