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1번지가 미래 가른다" 유통 공룡들…지역 투자 '불' 붙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7:13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유통업계의 지방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 강남, 성수 등 핵심 상권에 대표 매장을 내는 것이 성장 공식이었다면, 이제는 부산·광주·대구·제주 같은 지역 거점에 대형 점포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흐름으로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분산, 내수 회복, 지역 상권 재평가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027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더현대 부산'의 조감도. (사진=현대백화점)


◇“지방에 깃발 꽂는다”…업태별 비수도권 출점 경쟁


27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뷰티·패션 플랫폼, 이커머스·편의점 업계까지 비수도권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점포 수 확대를 넘어 지역 랜드마크 구축과 물류망 선점, 관광 수요 흡수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포화 상태에 이른 서울 상권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지방 거점 확보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흐름은 백화점에서 가장 또렷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역 1번점 구축’을 비전으로 부산 센텀시티·대구·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2027년 더현대 부산, 2028년 경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2029년 더현대 광주를 잇따라 연다. 그만큼 비수도권 핵심 점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실제로 백화점 매출 상위 20개 점포 중 비수도권은 2024·2025년 각각 7곳에 달했고, 특히 부산 주요 점포는 회사 전체 매출의 13~17%를 차지하며 두 자릿수 성장 중이다.

이커머스·편의점 업계도 지방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쿠팡은 올봄부터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지방 소도시 30여곳에 도입하며 이른바 ‘쿠세권’을 식품사막 지역까지 확장 중이다. 광주·대전·김해·양산 등 지방 물류센터에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조원을 투입한다. 세븐일레븐은 체험형 특화 매장 ‘뉴웨이브’를 올해 부산·광주·강원 등으로 확대 출점할 계획이다.

뷰티·패션 플랫폼은 지역 상권의 ‘앵커테넌트’ 자리를 노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비수도권 신규 출점·리뉴얼·물류 인프라에 123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년대비 36% 늘어난 규모다. 무신사는 지난달 무신사 스탠다드 호남권 1호점을 광주 신세계백화점에 열었고 하반기 제주점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 단위 오프라인 거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이 2024년 경주 황리단길에 개점한 디자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경주황남점' 전경. (사진=CJ올리브영)


◇지방은 미래 성장축…정부 기조 맞물린 ‘거점 전략’


이런 움직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서울 핵심 상권은 임대료 부담이 가파른 데 비해 신규 출점 부지는 갈수록 줄어들며 확장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내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까지 회복되며 지방 소비 기반이 두꺼워지고 있다. 시장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백화점 매출 순위 20위였던 더현대 대구는 지난해 19위로 올라서며 18위였던 현대백화점 목동점을 추월했다.

(사진=쿠팡)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1분기 지역관광 데이터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의 지방 방문율은 34.5%로 전년동기보다 3.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지방공항 입국 외래객은 85만 3905명으로 49.7% 급증했고, 철도 이용 외국인 여행객은 169만명으로 46.4% 늘었다. 지역 체류일수는 528만일로 36.2%, 지역 지출액은 8억 8000만달러로 17.2% 각각 증가했다.

지방 투자 확대는 사회적인 의미도 깊다. 지역 고용 창출과 청년 일자리 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분산,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지역 소비 회복이 동시에 맞물리며 비수도권 투자가 단순 출점이 아닌 거점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역 1번점은 일단 자리 잡으면 외국인 관광 동선과 지역 충성 고객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향후 유통업계 판도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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