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은 시민들의 자발적 선택에서 출발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상업적 이벤트 소재로 소비하며 폄훼 논란을 자초한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에 불쾌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라졌다. 스타벅스의 잘못을 묻던 목소리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점차 정쟁 분위기로 번지기 시작했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이 특정 기업을 공개 압박하고 사실상 소비자 불매까지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이제 “스타벅스 안 간다”는 말은 단순한 소비자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신호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문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스타벅스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의 비극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상업적 이벤트에 연결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지금 정치권의 대응은 책임 추궁을 넘어 공개적 응징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개적 불매 메시지와 여야 정치권의 이슈몰이 상황은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기업이 잘못했다면 법과 제도로 책임을 물으면 된다. 세제 혜택 축소나 규제, 행정·법적 조치 등 원칙에 따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공개 압박이 실제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상당수는 이번 논란과 무관한 청년 노동자들이다. 기업 이미지 훼손과 매출 감소의 부담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부터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여파는 현장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규제가 있더라도 기준과 원칙이 명확하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특정 기업이 언제든 ‘응징 대상’처럼 몰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도체 세계 1위, 휴머노이드 산업 선도국가라는 국가 미래 비전 역시 기업 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이라는 인식 속에서는 결국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