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차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 © 뉴스1 안은나 기자
올해 1분기(1~3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하고 합계출산율도 0.95명을 기록하면서, 인구 절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합계출산율 1.0명대'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혼인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중이 95%를 웃도는 국내 여건상, 1분기 혼인 건수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은 향후 출생아 증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근 젊은 층의 결혼과 자녀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도 이 같은 추세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중 합계출산율이 1.0명대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가임기 여성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한 만큼, 출산율 수치 자체보다는 출생아 절대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혼인 장려와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1분기 출생아 7만 5000명…"21개월 연속 증가"
2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출생아는 7만 5013명으로 전년(6만 5362명)보다 14.8%(9651명) 증가했다. 출생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0.12명 상승하며 1.0명에 근접했다.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0~34세가 88.2명으로 전년보다 15.6명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35~39세는 59.6명으로 9.5명, 25~29세는 22.8명으로 2.0명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도 30~34세 출산율은 88.5명, 35~39세는 62.4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1.3명, 9.0명 증가하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혼인 건수가 2024~2025년에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결혼하는 부부들이 아이를 빨리 낳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혼인과 출산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며 "출산율이 당분간 증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웨딩 식장 모습.© 뉴스1 김명섭 기자
혼인 건수 8년 만에 최대…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
실제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도 큰 폭으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혼인 건수는 6만 230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6.1%(3609건) 증가하며 2018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혼인 건수는 지난해 1분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미뤄졌던 혼인이 회복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30대 초반 인구 증가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산 연령층의 인식 개선도 두드러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 응답 비율은 76.4%로 전년보다 5.5%포인트(p) 증가했다.
또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은 71.6%로 10.5%p 늘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2026.5.5 © 뉴스1 임세영 기자
전문가들 "조만간 합계출산율 1.0명대…혼인 장려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합계출산율이 1.0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1분기에 출생아가 많고 하반기부터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올해 1.0명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내년에는 출산율이 1.0명대로 올라설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출생아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 올해 1.0명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당초 2030년에 출산율이 1.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출생아 증가세가 예상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조만간 1.0명대를 회복하고 2040년대에는 1.3명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출산율보다 출생아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49세 가임기 여성 규모가 매년 20만 명가량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를 고려할 때 출산율보다 출생아 증가 규모를 봐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양질의 일자리 공급, 혼인 장려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저고위 조사에서 참여자의 83.9%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좋은 일자리 창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세금 혜택 확대(51.3%), 주거 분야에서는 주택구입·전세자금 소득 기준 추가 완화(45.3%) 등을 꼽았다.
특히 20대(46.4%)와 미혼(44.1%)의 경우 주택청약 요건 완화 및 기회 확대 요구가 가장 컸다.
조 교수는 "최근 젊은층의 개선된 인식이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생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결혼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장기적인 출산율 증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출생아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거, 노동 문제 등이 해결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과 함께 임금 상승,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최근 20대 후반에서도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1990년대 초반생부터 더 어린 연령대까지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방 균형 발전, 주거 정책과 융합한 혼인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