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가루·설탕 등 민생 먹거리 담합에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담합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하면서, 은밀하게 이뤄져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담합 사건도 철저히 적발해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처분시효는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이다. 다만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성을 고려해 공정위가 7년 안에 조사에 착수하면 추가로 5년이 연장돼 최대 12년까지 처분할 수 있다. 이를테면 2013년에 시작돼 2015년에 종료된 담합이라도 공정위가 2022년 안에 조사에 착수하면 최대 2027년까지 제재할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를 개정해 기본 시효를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추가 시효 5년을 유지해 최대 15년까지 제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담합은 적발이 매우 어려운 행위”라며 “기본 시효를 연장해 장기간 은폐된 담합에도 실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5년의 처분시효는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행정기관이 처분할 수 있는 최장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시장 퇴출형 제재도 확대 추진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한 ‘반복 담합 근절방안’ 후속 조치로 등록·허가 취소, 영업정지 등 시장 참여 제한 제도를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주 위원장은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가격·거래제한·입찰 담합을 반복해 적발된 사업자에 대해 등록 말소 규정이 있다”며 “소방시설공사업법의 경우 등록·허가 취소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20여개 분야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누락·허위자료 제출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형벌 중심의 제재만으로는 억지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총수(동일인) 대상 경제제재를 새로 도입하겠단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현재는 정액과징금 방식으로 총수에게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50억원이 될지, 100억원이 될지, 최대 200억원 수준이 될지는 논의 중”이라고 했다.
법원이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 결정과 관련해선 “집행정지 절차는 법원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쿠팡이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서약서에 썼는데, 그와 위반되는 사실이 발견돼 동일인 지정을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허위 사실이 입증되면 현행법상 고발 등 형사적 제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김 의장에 대한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정위는 또 더욱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총 237명 규모의 인력 증원과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핵심은 국(局) 단위 ‘중점조사기획단’과 ‘경제분석국’ 신설이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내 직제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증원 인력 배치와 사무공간 조성이 완료되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민생 밀접 독과점 부문, 대기업 집단 등 중대 법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40명 규모의 국 단위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고 3개 과를 배치할 계획이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조사국을 21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 알고리즘 자사 우대 등 신유형 경쟁 이슈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37명 규모의 경제분석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생태계를 중심으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독과점 이슈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 단위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해 중대 법 위반 행위와 대규모·복합 사건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