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 쇼크에 금리인상 공포 '메가톤급 겹악재'…벼랑 끝 BBB급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8:56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완판이 가능했다. 지금은 8%대 금리를 내걸어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기업회생 사태를 전후로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이 멈춰 섰다. BBB급 회사채 금리가 두 자릿수에 육박하거나 넘는 등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서 신규 발행에 나서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발행에 나서더라도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미매각이 속출하고 있다.



◇BBB- 금리 1년 새 145bp 급등…발행 엄두도 못 내

2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BBB-’ 등급 회사채 3년물 유통 금리는 10.07%를 기록했다. 1년 전(8.62%)보다 145bp(1bp=0.01%포인트)나 급등하며 두 자릿수로 올라선 것이다. 같은 기간 BBB와 BBB+ 등급 역시 각각 7.25%에서 8.70%로, 6.21%에서 7.64%로 가파르게 올랐다.

시장의 문을 두드린 BBB급 기업들의 성적표도 처참하다. 지난 21일 400억원 규모의 1.5년물 수요예측에 나선 동화기업(BBB+)은 희망 금리 상단으로 6.50%를 제시했지만 단 한 건의 기관 주문을 받지 못했다. 결국 전량 미매각 처리됐고 이는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에스엘엘중앙(BBB) 역시 지난달 30일 최대 8.50%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목표 모집액의 35%인 140억원을 채우는 데 그쳤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제이알 사태 전후 펀더멘털 변화 없는데”…투심 붕괴가 방아쇠

시장에서는 최근의 BBB급 미매각 사태를 개별 기업의 신용 위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개인투자자(리테일)와 하이일드(High-Yield·고위험 고수익 채권) 등 고수익 채권투자 수요층이 겹치는 상황에서 제이알글로벌리츠에서 신용 위험이 불거지자 그 여파가 BBB급 비우량채 전반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으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로 촉발된 투심 붕괴가 신용도 우려와 맞물리며 악순환을 키운 셈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동화기업과 에스엘엘중앙에 개별적인 신용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이알 사태만 없었어도 전량 미매각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며 “제이알 사태 전후로 해당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닌데 투자심리가 무너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제이알은 크레딧 시장의 취약한 고리 중 하나를 건드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어그룹에는 이미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쇄 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할 ”이라고 짚었다.

실제 올해 초만 보더라도 BBB급 회사채 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 이전 수요예측에 나섰던 이랜드월드(BBB)와 한솔테크닉스(BBB+)는 모두 목표 물량 모집에 성공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당시 완판에 성공했던 기업들이 지금 발행에 나선다 해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중동발 인플레·고환율…매크로 악재까지 사면초가

대외 환경 악화도 BBB급 회사채 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환율과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본시장 접근성 자체가 떨어졌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매크로 환경이 이렇다 보니 굳이 하이일드급 위험을 감수하려는 수요가 실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오는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압력과 1500원대 고환율이 맞물리며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3분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고 연말까지 두 차례 인상으로 3.0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기존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는데, 기관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 소외된 BBB급 회사채의 가격 하락 폭이 가장 가파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들의 보수적인 자산 배분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질수록 시장에서 소외된 BBB급은 팔려고 던져도 받아줄 곳이 없어 투매에 가까운 가격 폭락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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