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드라이빙은 '향기'로 완성된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전 05:23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그동안 자동차는 운전자의 시각, 촉각, 청각적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한눈에 만족감을 주는 외관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고, 실내에는 편안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고급 소재를 더했다. 여기에 정숙한 실내 환경과 풍성한 오디오 사운드까지 갖추며 운전 경험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에어 밸런스 시스템' 이미지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제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은 후각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에 어울리는 향기를 개발해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고, 첨단 분사 시스템을 통해 실내 감성 경험을 한층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하는 사적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향기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기 정화 기술과 향기 발산 기능을 결합한 ‘에어 밸런스’ 기능을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다운타운’, ‘스포츠’, ‘퍼시픽 무드’ 등 다양한 향기 라인업도 마련해 운전자가 취향과 기분에 따라 실내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마이바흐 전용 향은 가죽 안락의자, 어두운 목재, 코냑, 시가를 연상시키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고급 이미지를 후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롤스로이스 센트' 홍보 이미지 (사진=롤스로이스)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전문 조향사가 제작한 향과 전용 방출 기술을 결합한 실내 향기 시스템 ‘롤스로이스 센트’를 플래그십 모델 팬텀에 도입했다. 차량 내부에 사용된 고급 소재의 자연스러운 향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보완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롤스로이스는 “새로운 모델을 준비할 때마다 생화학부터 고급 향수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고 수준의 향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결과 풍부한 가죽 향을 중심으로 롤스로이스만의 실내 경험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링컨은 2024년 노틸러스 출시와 함께 ‘링컨 디지털 센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흙내음을 담은 ‘미스틱 포레스트’와 상쾌한 해양 분위기의 ‘오조닉 애저’ 등 전문 조향사와 링컨 디자이너가 공동 개발한 7종의 향으로 구성됐다. 각 향수 카트리지에는 마이크로칩이 내장돼 차량 센터 터치스크린을 통해 향의 종류와 분사 강도를 제어할 수 있다.

‘링컨 디지털 센트’ 홍보 이미지 (사진=링컨)
BMW는 프리미엄 라인업에 ‘앰비언트 에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글로브 박스 내부에 2개의 향수 카트리지를 동시에 장착해 운전자가 기분에 따라 디스플레이로 향을 전환할 수 있게 했다. 렉서스는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 지보단과 협력해 자동차 실내를 위한 맞춤형 조향 시스템을 개발하고 5가지 향기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렉서스는 “코에는 2000만개 이상의 수용체 뉴런이 있어 약 1조 가지의 다양한 향을 감지할 수 있다”며 “다양한 향은 감정 반응의 상당 부분을 유발하는 만큼 적절한 향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거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조향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리포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능형 차량용 방향제 시스템 시장은 2025년 5억 달러(약 7536억원) 규모에서 2033년 18억 달러(약 2조 7135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차량 내 편의성과 개인화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성장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고도화가 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다.

렉서스-지보단 협업 홍보 이미지 (사진=렉서스)
한편 후각 경쟁은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외관과 주행성능이 양호한 중고차라도 실내에 담배 냄새나 반려동물 냄새 등 악취가 남아있으면 동급 차량보다 7~9%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고차 업체들도 실내 냄새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직영인증중고차 플랫폼 리본카는 실내공기를 정밀 측정하는 장비와 조향사 자격증을 보유한 향 전문가의 평가를 거치는 ‘냄새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차 유통 플랫폼 오토핸즈는 생활환경 위생기업 세스코와 협력해 차량 살균 및 탈취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체에 무해한 성분의 섬유탈취제를 활용해 탈취 작업을 진행하고 공식 인증마크를 부여해 고객이 안심하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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