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잔치 고소득층, 빚내서 장보는 서민…'양극화' 6년 만에 최악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후 07:12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올해 1분기(1~3월) 가계 월평균 소비지출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동차와 가구 등 내구재 지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소비 규모가 커졌다. 반면 계층별 분배 지표는 6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 대기업 종사자가 많은 고소득 가구는 상여금 등 영향으로 소득이 뚜렷하게 늘었지만, 저소득 가구는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이 많아 가계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한 소비자가 GS25 신선 강화형 매장에서 채소·정육 등 장보기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소비지출, 3년 만에 최대폭 증가

2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11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0.4% 늘며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전체 소득의 62.4%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42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3% 늘었다. 사업소득은 92만 5000원으로 2.6% 증가했고, 공적·사적이전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96만 4000원으로 9.7%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10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2023년 1분기(11.5%)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3.1% 늘어 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교통·운송(12.1%), 오락문화(12.0%), 보건(10.4%) 부문에서 지출이 늘었고, 교육(-2.9%), 주류·담배(-2.8%) 부문은 감소했다. 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웃돌면서 가계수지 흑자액은 123만 9000원으로 1년 전보다 3.1%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8.5%로 1.7%포인트 하락했다.

누적된 소득 증가분이 소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서지현 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가계가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며 지출을 늘린 형태”라며 “특히 자동차, 가구 같이 큰 비용이 드는 내구재 지출이 전체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분배지표 6년 만에 최악

전반적인 소득·지출 지표는 개선됐으나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가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6.59배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32배) 대비 0.27배 상승했다. 1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6.89배)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화했음을 의미한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원으로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93만 8000원으로 1.9% 느는 데 그쳤다. 반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전년 동기 대비 7.7%포인트 급등한 155.3%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보다 지출한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대조적으로 5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237만 8000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964만 5000원으로 5.1% 늘었다. 5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상승한 57.7%로 집계됐다.

분배지표 악화에 대해 서 과장은 “5분위 가구는 대기업 종사자 비중이 높다”며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에 주력하며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경제 밀접품목 가격·수급관리에 총력을 기하는 한편,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취약계층의 생계안정 지원을 위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긴급복지 생계지원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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