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금융 막는다”…금융위, 911개 추심업체 시장 대수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연체채권 추심 시장에 대대적인 칼을 빼들었다. 연체채권을 사들여 직접 추심하는 ‘매입채권추심업’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장기·과잉 추심 관행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영세업체 퇴출과 연체채권 시장 위축, 금융회사 부실채권 정리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11개 등록업체…수십개 수준 구조조정 수순

28일 금융위원회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대부업법상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연내 대부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금융분야 10대 핵심성과’를 발표했다.(사진=금융위원회)
매입채권추심업은 금융회사나 대부업체로부터 연체채권(NPL)을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직접 돈을 받아내는 업종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등장했고 2009년 등록제로 제도화됐다. 현재 금융위 등록 업체는 911개사에 달한다.

금융위는 지금의 등록제가 사실상 시장 진입 제한이 거의 없어 영세 업체 난립과 장기·과잉 추심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등록업체의 평균 임직원 수는 6명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시장은 상위 업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체 업체 중 상위 30개사가 전체 연체채권의 8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는 매입채권추심업계의 반복적인 계좌 압류 등 ‘적법하지만 과도한 추심’ 관행을 문제로 보고 있다. 현재는 추심업체들이 채무자의 신규 통장 개설 여부 등을 확인한 뒤 곧바로 가압류를 반복하는 일이 가능하다.

임형준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통장 개설 정보가 들어가면 바로 가압류가 들어가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통장이 없으면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추심만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적법한 조치라도 과도하게 반복되면 채무자의 재기를 막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채권 회수만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채무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까지 고려하는 시장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최근 연체채권 시장 과열을 문제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제3자 매각이 제한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급감했는데, 반대로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시장 참여자는 늘어나면서 연체채권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채권을 비싸게 사들인 업체들이 회수 압박을 높이면서 추심 강도 역시 세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현재 911개에 달하는 등록 업체가 향후 수십개 수준으로 재편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임 과장은 “상위 30개사 정도가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채권추심업자가 22개 정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적정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새 제도에서는 금융회사가 50% 이상 출자하고 자본금 30억원 이상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전문인력을 포함한 상시고용 인력과 전산보안 설비 등 강화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위는 다만 기존 업체들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허가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유예기간 이후 허가를 받지 못한 업체는 보유 연체채권을 다른 허가업체나 금융회사에 매각하거나 소각해야 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장기·과잉 추심 방지 취지”…부실채권 정리 어려워질 수도

다만 업계에서는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연체채권 시장이 위축될 경우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 정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연체채권을 외부에 매각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충당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허가제 도입으로 시장 참여 업체 수가 급감하면 연체채권 거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수율이 떨어질 경우 금융회사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수가 어려워질수록 신규 대출 자체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번 허가제 전환이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시장 구조 정상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임 과장은 “이번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포용금융 추진단에서 논의할 장기연체채권 관리 방안 등과 함께 운영되면 장기·과잉 추심 관행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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