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국내 금융권 해외 사모대출 ‘30.5조’…보험·증권사 부실 뇌관 째깍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후 06:27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해외 사모대출 시장에 드리운 부실 공포가 국내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개방형 사모대출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주력 투자처인 소프트웨어(SaaS) 업체의 재무 악화가 맞물리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국내 금융사들의 건전성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자산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양적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과도한 보험사와 질적 위험이 내재된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모대출 잔액은 30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수익을 좇아 앞다퉈 해외 사모대출 시장에 뛰어든 결과지만, 최근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구조적 취약점이 부각되면서 이 막대한 자금은 금융권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사모대출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가 고금리로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대체투자 수단이다. 일반 회사채나 공모 펀드와 달리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데다, 만기 전 환매가 극히 제한되는 비유동성 자산이어서 시장 위축 시 투자자가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 이 같은 구조적 결함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고스란히 현실화됐다. 지난해 9월 미국 트라이컬러와 퍼스트 브랜드가 잇따라 파산하며 이중담보 및 부실 실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는 사모대출 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블루아울 캐피털의 OBDCⅡ 등 비즈니스 개발회사(BDC)를 중심으로 대규모 환매 요구를 쏟아내자, 비유동성 대출채권을 쥐고 있던 펀드들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거나 보유 자산을 세컨더리 시장에 헐값으로 던지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의 급발전으로 사모대출의 주요 젖줄이었던 소프트웨어(SaaS) 구독 기업들의 재무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건전성 저하 우려를 부채질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401K)의 대체투자 규정안을 발표하며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긴장감이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이미 드러난 구조적 취약점은 국내 금융권에 깊은 긴장감을 드리우고 있다.

NICE신용평가(나신평)은 사모대출 부실의 가장 큰 뇌관을 안고 있는 곳은 보험사라고 봤다. 보험사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는 20조6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의 67.4%를 차지한다. 업종 전체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12.2%로 타 업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기자본의 20%에 육박하는 사모대출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어 양적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평가다. 사모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될 경우 해당 보험사들은 심각한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 역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증권사의 사모대출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질적 리스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아치운 해외 사모대출펀드 잔액만 4797억원에 달해, 펀드 손실 발생 시 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과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없는 '직접대출(Direct Lending)' 비중이 높은 일부 증권사는 단일 기업 부실이 곧바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실이 장부상에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사모대출 시장에는 이자를 현금으로 받는 대신 원금에 가산하는 'PIK(Payment-in-Kind)' 구조가 만연해 있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도 만기 전까지는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착시를 일으키는 셈이다. 2021~2023년 사이 공격적으로 집행된 대출의 만기가 2028년 전후로 집중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에 대규모 손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서재원 나신평 금융SF평가본부금융평가1실선임연구원은 “해외 사모대출 특성상 PIK 구조 등으로 인해 만기 전까지는 부실이 표면화되지 않는 착시 효과가 있을 뿐, 실제 기초자산의 건전성 저하는 이미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이라며 “특히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가 과도한 일부 보험사와 직접대출 및 개인 판매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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