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가 넥시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탈리아 국책성 투자기관인 CDP에쿼티가 지분 확대에 나섰다.
유럽에서 결제업체를 단순 핀테크 기업이 아닌 국가가 지켜야 할 '금융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국책성 자본을 통해 직접 방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유럽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DP에쿼티는 4억유로(약 7011억원)를 투입해 넥시 지분율을 기존 19.14%에서 최대 29.9%까지 높일 계획이다.
지분 확대가 마무리되면 CDP는 기존 최대주주인 헬먼앤드프리드먼을 제치고 넥시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의무공개매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공개매수 부담은 피하면서도 경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넥시는 유럽 최대 결제기업 중 하나다. 25개국에서 가맹점 결제와 카드 발급, 디지털뱅킹 인프라 등을 제공하며 연간 약 1조8000억유로(약 3160조8720억원) 규모의 디지털 거래를 처리한다.
회사는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성장한 뒤 북유럽 결제업체 '네츠' 등을 합병하면서 유럽 결제산업 통합의 상징으로 꼽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핀테크 경쟁 심화와 수수료 압박, 높은 부채 부담이 겹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 후보로 등장한 시점도 이 쯤이다. 결제산업은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효율이 높아지는 구조인 만큼, 비상장화 이후 사업 재편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는 계산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CVC는 특히 넥시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소프트웨어·플랫폼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뱅킹 부문을 떼어내 국책성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거론됐다.
CDP의 지분 확대는 유럽에서 전략자산의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과거 국가 안보와 산업 정책의 대상은 반도체와 방산, 에너지 같은 제조·기간산업에 집중됐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면서 결제망과 데이터, 디지털뱅킹 인프라도 국가가 지켜야 할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특히 넥시는 은행권 결제·처리 시스템과 맞닿아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진하는 디지털 유로 논의와도 연결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와 CDP는 넥시를 외국계 자본에 넘기기 어려운 금융 인프라로 인식한 셈이다.
유럽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저평가된 유럽 상장사를 비상장화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국책성 자본은 핵심 인프라가 외국계 자본의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자본 효율화를 앞세운 PE의 논리와 산업주권을 중시하는 국가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결제망과 데이터, 디지털 금융 인프라까지 전략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상장사를 노리는 PE의 비상장화 움직임이 이어질수록 국가자본이 핵심 인프라 방어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CDP가 넥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CVC의 인수 시도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CVC가 과거에도 넥시 인수를 검토한 만큼, 주가 부진과 결제산업 재편 압력이 이어질 경우 넥시를 둘러싼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