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끌어올리고 근원물가 전망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동발 유가 충격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확산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까지 맞물리면서통화정책의 초점이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더욱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은 단순한 고유가 대응 차원을 넘어 기대인플레이션과 환율, 부동산 시장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가 전망 2.2%→2.7%…목표 수준 웃도는 흐름 장기화 우려
31일 한은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p) 상향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에서 2.3%,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4%로 각각 0.3%p 올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흐름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유가 충격의 직·간접 영향과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압력 확대를 물가 전망 상향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특히 에너지 관련 품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 지수는 150.1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 전월 대비 8.1% 뛰었다. 휘발유는 전년 대비 21.1%, 경유는 30.8%, 등유는 18.7% 올랐다. 이 같은 석유제품은 물가 전반에 주는 파급력이 특히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문제는 소비자물가보다 앞선 단계의 가격 압력이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같은 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68.12로 전년 동월 대비 20.2% 높았다. 전월 대비로는 2.3% 하락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했다.
품목별로는 원유 수입물가가 전년 대비 60.0% 뛰었다. 원유정제처리제품은 67.2%, 석탄 및 석유제품은 67.0% 상승했다. 나프타는 84.3%, 제트유는 104.8%, 경유는 140.7% 올랐다.
광산품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 36.5%, 공산품 수입물가도 15.3% 상승했다. 원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정유제품과 석유화학 중간재로 확산되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을 키우는 흐름이다.
생산자물가에서도 같은 압력이 확인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으로 전월 대비 2.5%,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국내기업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신현송 총재는 "4월 근원물가는 아직 2.2%지만, 다른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꽤 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생활물가는 체감물가에 가까운 품목들이 포함돼 있는데, 4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2.9%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물가 추이를 보면 상방 압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도 통화정책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고, 서울은 0.31% 오르며 전주 0.28%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수도권 역시 0.17% 상승하며 서울·수도권 중심의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될 경우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5.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유가충격 넘은 '2차 파급' 막겠다…"핵심은 기대인플레·근원물가 상승 차단"
한은은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고유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과 환율,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하는 2차 파급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당시 "중동 리스크가 진행돼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그때는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단담회에서는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라며 "기준금리를 앞으로 상승시킴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계획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총재가 언급한 '2차 파급효과'는 유가 상승이 석유류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격 결정과 가계의 물가 기대를 자극해 서비스·공업제품 등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뜻한다.
가계와 기업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임금과 상품 가격에도 그 기대가 반영된다. 이 경우 일시적 유가 충격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바뀔 수 있다.
한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도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해영 LS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더 강해질 거라고 한국은행 내부에서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전망치를 발표한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정말 자명한 정책 결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이제 실질적으로 물가가 오른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주요 인플레이션 차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물가 수준보다 향후 물가 상승 기대가 굳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통화정책의 우선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