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 참석, 책상에 쌓인 최저임금 지침 자료들을 살펴보며 회의에 임하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기남 기자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는 대기업과 저임금 노동자 간 소득 격차를 근거로 올해보다 약 20% 이상, 일부에서는 26.6% 수준까지 인상하는 역대급 요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논의는 인상률을 넘어 플랫폼·도급 노동자까지 포함한 적용 범위 확대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는 6월 7일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등 유사 형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적용 여부가 논의되며, 노동계는 재분배 기능 강화를 이유로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대폭 인상과 적용 확대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삼성 성과급이 던진 화두…노동계 "격차 해소 위해 대폭 인상"
31일 노동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노동계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단순한 기업 내부 보상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내 소득 불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보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에서 "삼성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노동시장 내에서 심화하는 소득 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노동자의 수십 년치 연봉을 단번에 넘어서는 보상 격차는 개인의 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아득해졌다"며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대폭 인상 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언론에서는 코스피 상승과 대기업 성과급만 말할 뿐 최저임금 노동자와 배달 라이더들의 불안한 삶은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6% 인상한 1만 3070원 수준으로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1.7~2.9%)의 열 배에 가까운 인상률이다.
반면 경영계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사례를 전체 노동시장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은 전혀 다르며 최근 내수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현장의 지불 여력이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는 주장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전체 고용의 80.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업주와 근로자 절대다수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물가 상승과 원자재가 상승, 내수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과도한 임금 인상을 경계했다.
양 본부장은 "지나친 임금 인상은 오히려 고용을 어렵게 한다"면서 "최저임금이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최저임금이 이미 시간당 1만 원을 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2000원을 넘고, 지금처럼 최저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올릴까' 넘어 '누구까지 적용할까'…7일 도급제 논의 본격화
이와 함께 올해는 단순한 인상률 논의를 넘어 최저임금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 형태로 일하는 종사자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최저임금법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가 운영된 적은 없다. 그동안 노동계가 수차례 논의를 요구했지만 노사 간 입장 차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올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심의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심의요청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도급제 근로자는 노동시간보다 성과나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택배기사, 배달기사, 보험설계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노동계는 이번 논의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최소 보수 보장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사각지대를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미 최저임금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인상과 적용 확대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6일 제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급과 월 환산액으로 병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오는 7일 열리는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도급근로자 적용 문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제도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의 최초 요구안도 이르면 6월 초 공개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1만 3070원 수준의 최초 요구안을 검토하면서 올해 역시 노사 간 격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이 어느 시점에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할지 여부도 향후 심의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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