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조리 후 완성한 농심 ‘신라면 로제’. 토마토와 크림, 신라면 특유의 칼칼함을 더한 자작한 로제 소스가 면에 배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뚜껑을 열자 면부터 눈에 들어왔다. 볶음면처럼 꼬불한 면인데 표면 곳곳에 가는 홈이 파여 있다. 소스를 잘 머금도록 설계한 흔적처럼 보였다. 스프는 전첨과 후첨으로 나뉜다. 붉은 전첨은 익숙한 신라면 분말 향이 강했고, 뽀얀 후첨은 크림과 치즈 계열 풍미를 예고했다. ‘신라면+크림’ 구조를 분리해 놓은 듯한 인상이다.
조리법도 평소 컵라면과 다소 달랐다. 후첨은 빼두고 전첨 분말만 넣은 뒤 끓는 물 220㎖를 붓고 전자레인지(1000와트 기준)에 3분 돌리는 방식이다. 조리 직후엔 적잖히 당황했다. 국물이 예상보다 많이 남아 볶음면보다는 국물 라면에 가까워 보였다. 그런데 후첨 크림 분말을 넣고 비비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아 있던 국물이 면 안으로 스며들며 농도가 맞춰졌다.
농심 ‘신라면 로제’ 구성품. 가운데 붉은 전첨 분말과 오른쪽 후첨 크림 분말로 나뉜다. (사진=한전진 기자)
의외였던 건 맛의 균형이다. 신라면의 칼칼함과 토마토의 새콤함, 크림의 담백함이 크게 따로 놀지 않았다. 끓는 물만을 부어서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왕이면 전자레인지 조리가 낫다. 끓는 물만으로는 세 맛이 제각각 흩어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장점엔 면도 한몫했다. 짬뽕면에 쓰이는 굴곡면인데 꼬불꼬불함 덕에 소스가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도 소스가 면에 착 달라붙는다. 입안에선 꾸덕한 소스와 굴곡 식감이 겹치며 혀를 감싼다. 토마토와 크림 풍미를 오래 끌고 가는 데 유리한 구조처럼 느껴졌다.
농심이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라면 로제’ 큰사발면. (사진=한전진 기자)
이 지점에서 농심의 의도가 읽힌다. 신라면 로제는 소비자가 SNS에서 즐기던 ‘로제 신라면’ 레시피를 제품화한 모디슈머 상품이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로제는 ‘신라면 툼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온라인 언급량을 기록한 레시피다. 같은 방식으로 제품화한 신라면 툼바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말 누적 1억개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그 흥행 공식을 로제로 한 번 더 노린 셈이다.
실제 신라면은 지난해 누적 매출 20조원을 돌파했고, 이 가운데 약 40%가 해외에서 나왔다. 북미와 중국, 일본이 해외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농심은 6월 신라면 로제 봉지면 출시와 함께 신라면 로제의 글로벌 생산·수출 확대도 예고했다. 빨간 국물의 상징이던 신라면이 토마토와 크림을 앞세운 변신까지 꺼내 들었다는 점만으로도 40주년의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후첨 크림 분말을 섞은 뒤 농도가 잡힌 ‘신라면 로제’. 조리 직후 많아 보였던 국물이 면에 스며들며 로제 특유의 질감을 만든다. (사진=한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