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ETF 자금이탈…종전+고용은 [이정훈의 코인 위클리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전 09:5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3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란에서의 종전 합의가 좀처럼 타결되지 못한 가운데 기대했던 미국 내 가상자산 관련 입법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역대급 자금 이탈이 나타난 탓이 컸다. 이번주에도 이란과 미국 고용지표에서 호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의미있는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5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6% 가까이 반등하며 7만3800달러 언저리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간 기준으로는 3.7%나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같은 시각 0.5% 정도 반등하며 20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주간으로는 4.5%나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수급상으로 최근 시장 핵심 동력이었던 ETF에서 자금이 이탈한 것이 시장에 직격탄이었다. 소소밸류(SoSoValue)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10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중 자금 순유출 규모는 29억7000만달러(원화 약 4조4800억원)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현물 ETF 전체 순자산은 지난 15일 1042억9000만달러에서 28일 941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약 2주 만에 100억달러 가량 감소한 것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광범위한 매도세에 휘말리며 지난 11일부터 14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일일 환매 규모는 565만달러에서 1억3062만달러 사이였고, 가장 큰 일일 유출은 5월 12일 기록된 1억3062만달러였다. 전체 순자산은 11일 138억5000만달러에서 29일 112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이 기간 약 26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는 최근 들어 미국 출시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대규모 유입은 역사적으로 낙관론 확대와 수요 증가를 의미했고, 큰 폭의 유출은 공포와 위험 축소 심리를 반영해왔다.

IG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널리스트 토니 시카모어는 “다른 위험자산들은 중동에서 60일간의 휴전 연장 가능성을 호재로 받아들였지만, 비트코인은 점점 더 광범위한 위험자산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위험자산 랠리에서 소외된 비트코인은 이제 매크로 이슈보단 ETF 자금 흐름, 규제 명확성, 기관 수요 등 보다 직접적인 요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카모어 애널리스트의 지적처럼 가상자산 관련 입법 정체 우려도 악재가 되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이자 지급을 사실상 허용하기로 한 미 상원 은행위원회 가결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입법 분위기는 금세 달라지고 있다. 그는 전통 은행들이 제기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우려를 의원들이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은행위를 통과한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이른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결국 좌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다 보니 현재 비트코인이 걸쳐 있는 7만3000달러 지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렉트 캐피털은 비트코인이 이전 상승 랠리를 촉발했던 약 7만3000달러 부근의 이중 바닥(Double Bottom) 패턴 상단을 재시험(retest)하기 위해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중 바닥 패턴은 하락 추세가 끝나고 상승 추세가 시작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술적 패턴이다. 차트상으로는 알파벳 ‘W’ 형태를 띠며, 매수세가 주도권을 되찾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예 크립토퀀트 창업자 겸 CEO 주기영처럼 장기 침체를 점치는 쪽도 있다. 주 창업자는 비트코인의 현재 하락 추세가 2027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익실현 사이클이 나타난 뒤에는 지속 가능한 회복이 나오기 전까지 약 18개월간 투자자 수익률이 약해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주기영 CEO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현재 약세 국면은 투자자들이 이전 랠리에서 쌓은 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한 2025년 10월에 시작됐다. 그는 시장 전반에서 미실현 이익이 다시 축적되기 전까지 가격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크로 변수 영향력이 줄긴 했어도, 이번주에 나올 주요 변수들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인지는 관심사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를 두고 트럼프의 최종 결단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이 종전 양해각서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면 글로벌 공급 충격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 불안이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다. 양해각서에는 휴전 60일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등이 핵심 조항으로 담겨 있다. 다만 4월부터 증시는 이미 종전 기대감도 선반영해왔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은 일단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되 60일간 휴전하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반출과 핵 프로그램 폐기를 논의하려는 흐름인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뜻대로 이란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주 공개되는 미국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도 주목할 재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10만건으로 집계됐다. 4월의 11만5천건에서 완만한 감소가 예상됐다. 실업률 예상치는 4.3%다. 시장 전망대로만 나와준다면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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