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닌텐도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흐름은 백화점에서 가장 뚜렷하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타운의 넓은 공간을 앞세워 소규모 팝업 대신 ‘테마파크급’ 대형 지식재산권(IP) 행사로 승부하고 있다. 지난해 닌텐도 팝업 기간 롯데월드몰 일대에는 900만명이 몰렸다. 웹툰 페스티벌 팝업에도 열흘간 21만명이 방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강남점에서 글로벌 리듬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팝업을 국내 최초로 열어 3시간 대기 행렬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지난해 운영한 팝업 600여건 중 40% 이상을 게임·애니메이션 등 IP 콘텐츠로 채웠다.
패션업계도 가세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는 지난달 애니메이션 ‘GTO’와 손잡고 의류·굿즈 등 협업 컬렉션 20여종을 선보였다. 라이더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 복합문화공간에서 만화 속 바이크 문화와 학교를 모티브로 한 공간을 구현해 열흘 누적 방문객 1만명을 끌어모았다. 앞서 지난해에는 인기 레이싱 만화 ‘이니셜D’와도 협업해 호응을 얻었다.
이는 단순 흥행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팬덤 콘텐츠는 좀처럼 잡기 어려운 신규 고객을 빨아들인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팝업을 찾은 10~20대 고객 5명 중 3명은 현대백화점을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시리즈의 GTO 협업 구매자 중에서는 81%가 브랜드를 처음 접한 신규 고객으로 집계됐다. 팬덤 콘텐츠가 젊은 층의 브랜드 경험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의미다.
코오롱FnC 시리즈×GTO 팝업스토어 앞에 방문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코오롱FnC)
업계가 이런 덕후 머니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효율이라는 셈법이 깔려 있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이 길어질수록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중 마케팅보다 명확한 타깃을 겨냥한 협업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 역시 우호적이다.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을 아우르는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은 2023년 209억달러(약 29조 6612억원)에서 2031년 485억달러(약 68조 8312억원)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이런 행보는 유통 플랫폼이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장이 상품을 사는 곳에서 취향을 경험하고 인증하는 무대로 바뀌면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기준도 상품 자체보다 경험과 콘텐츠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정 팬덤을 겨냥한 큐레이션(선별 추천)이 신규 고객 확보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업계 경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팬덤 소비는 불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데다 자발적인 입소문 효과까지 커 적은 비용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단순한 협업 마케팅을 넘어 누가 더 강력한 IP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젊은 고객을 잡는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