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안방 정보는 中 AI로 흘러가는데 …토종 기업은 규제에 발 묶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5:45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 중소·벤처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각종 규제들은 기업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규제 애로가 접수되고 정부마다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K혁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낡은 규제의 실태를 정밀 진단하고 고군분투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국내 실내 도면·3D 모델 기업들의 법적 보호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면 가구·인테리어 시장은 중국 업체에게 종속될 수 있습니다.”

이주성 아키스케치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아키스케치)
이주성 아키스케치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위기감을 내비쳤다. 아키스케치는 CAD(컴퓨터 지원 설계) 없이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구현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다. 실내 인테리어를 의뢰할 때 2D 이미지만으로는 소비자들과 인테리어 업자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게 3D로 보여주는 툴을 만든다. 지난 2014년 창업해 업력 14년차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지난 2023년부터 국내 경쟁사가 지식재산권(IP) 소송을 제기해 분쟁 하는 사이 중국 플랫폼 ‘쿠홈’에 사실상 국내 시장을 전부 내줬다는 점이다. 쿠홈은 우리 가구·인테리어 대기업의 매출을 업고 성장했다. 이 대표는 “2024년 기준 쿠홈의 매출 탑 5 중 두 곳이 우리나라 기업에서 나왔을 정도로 한국 기업들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P 소송을 제기했던 기업과의 소송전은 마무리 됐고 폐업한 해당 기업의 IP를 아키스케치가 전량 인수하면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재도약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 업체인 쿠홈에게 국내 AI 인테리어·공간설계 시장을 내줬다. 특히 국내기업은 고객 상담 단계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공간정보법, AI기본법 등 여러 규제를 고려해야 하지만 쿠홈은 이로부터 자유로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고객의 이름·연락처 뿐 아니라 주소, 아파트 평형, 도면, 가구 배치, 예산, 생활 선호 정보까지 다루는 인테리어 시장 특성상 해외 플랫폼이 국내 소비자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서 저장·가공·AI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국내 규제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불명확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소비자와 국내 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AI 공간설계 플랫폼에도 국내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고객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버젓이 해외 플랫폼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인테리어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주거 정보가 해외 서버로 넘어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내용을 약관에만 적는 방식으로 충분한지 정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에서 인테리어를 하는데 자신들의 정보가 중국 기업의 데이터가 된다는 사실을 고객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해당 인테리어 기업의 내부 툴인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3D 인테리어 솔루션 아키스케치를 활용한 3D 모델링 이미지. (자료=아키스케치)
이 대표는 AI 주권 확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국가 자산인 국민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소·도면·가구 배치가 결합되면 단순 연락처보다 훨씬 민감한 ‘주거 생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단순 도면 그림이 아니라 여러 정보가 결합되면 라이프 사이클 생활 패턴을 보여주는 민감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공간 가치는 로봇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AI 모델 학습에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자 소재지가 아니라 국내 이용자 대상 여부, 국내 데이터 처리 여부, 국내 시장 영향 여부를 기준으로 정부가 판단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테리어·가구 제조 과정에서 축적된 설계·생산 노하우와 구조 정보까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고 어디에 어떤 부품과 피스를 사용했는지, 제품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등의 제조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되는 만큼 국내 가구업계의 핵심 경쟁력까지 해외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한번 넘어간 데이터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국내 산업이 클 수 있는 시간을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이데일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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