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부실기업 퇴출, 중복상장 심사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상장 후 부실화된 '좀비기업'을 내년까지 300곳 이상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 부실기업이 코스피 지수에 포함돼 전체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코스피 대표 지수인 '코스피 200'의 지표로 활용되는 200개 기업의 숫자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이사장은 지난 19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부실기업 퇴출, 중복상장 심사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어느 국가의 거래소가 경쟁력을 확대해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모으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은 거래소가 살아남겠지만 한국은 생존하려면 일본을 이기고 중국에 필적할 수준의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디스카운트 이젠 아니다…글로벌 시장서도 프리미엄 구간"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글로벌 7위까지 올라섰다.
▶그동안 한국은 늘 디스카운트 됐다고 얘기했는데 이젠 아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버핏지수'의 경우 미국이 252%인데 한국은 238%다. 이젠 글로벌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구간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코스피가 상승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다. 투자자들이 겪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대주주 위주가 아닌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또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 충실 의무,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의무를 도입했다.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들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 점도 중요하다. 우리 자본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점프업한 건 반도체 등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동력을 만들어냈고,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두 가지가 잘 어우러져서 지금의 우리 자본시장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자본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점프업한 건 반도체 등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그동안 부동산 기대 수익률이 높았다…이제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오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을 계속 육성해 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 실물 경제로의 자금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에선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높았다. 그래서 가계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작년부터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확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도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금융 시장의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로 자금들이 자본시장 쪽으로 오고 있다.
-가계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얼마나 오고 있나.
▶1990년 버블 시기 일본은 가계 자산에서 65%가 부동산, 35%가 금융자산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35%가 부동산, 65%가 금융자산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한국도 2004년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85%, 금융자산이 15%였는데 2024년에는 부동산 65%, 금융자산 35%로 금융자산 확대에 시동이 걸렸다. 우리도 20년 후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구성 비중이 역전될 것이다.
-글로벌에서 한국 증시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금융당국과 부실기업 퇴출, 중복 상장 심사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부실기업이 얼마나 많나.
▶제가 2024년 2월 취임했는데, 당시 한국은 미국 시가총액의 30분의 1, GDP는 15분의 1이었다. 근데 상장사 수는 미국이 5500개, 한국이 2500개로 2분의 1 수준이다. 너무 많다. 벤처기업을 상장해 육성하는 건 중요하지만, 상장 후 수익모델을 찾아내지 못하고 부실화, 좀비화된 곳이 많다. 결국 이런 부실기업이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의 온상이 된다. 이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업들의 뒷다리를 잡는다. 강력 퇴출해야 한다.
-정말 칼 같이 퇴출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시가 총액, 자본 잠식, 공시 위반 등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아 미달되면 퇴출한다. 최근에는 동전주도 퇴출 기준에 넣었다. 퇴출이 예상되는 기업은 약 500개 정도다. 하지만 자구 노력을 통해 약 200개 기업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럼 약 300곳이 내년까지 퇴출당할 것이다.
-해외 증시에선 이런 좀비기업이 지수에 포함되나.
▶한국은 코스피 800개, 코스닥 1800개 기업을 전부 포함한 종합주가 지수를 쓴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미국은 다우존스 지수가 30개에 불과하고, S&P500은 500개로 많지만 5500개 상장사 중 10분의 1만 들어간다. 영국 FTSE는 100개, 독일 DAX는 40개, 프랑스 CAC도 40개다. 일본 닛케이는 좀 많지만 그래도 225개다. 이번에 시장 구조 개편을 하면서 대표 지수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 지수로 코스피 200, 코스닥 150이 있긴 하지만 코스피에서 200개는 좀 많은 것 같다.
-중복 상장의 경우 산업계에선 아직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메타는 관련 기업들이 약 200개인데 메타 하나만 상장돼 있다. 중복상장 비율의 경우 미국이 0.4%, 일본이 4%, 한국은 18%라고 한다. 이런 중복 상장에 따라 투자자 이익이 침해됐는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데 갑자기 유상증자하고, 중복 상장을 하면서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던 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보편적 흐름이었다. 이걸 못하게 하고 자사주도 소각 의무를 부여하면서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어느 국가의 거래소가 국제적 경쟁력을 확대해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모으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에 필적할 아시아 거점거래소가 돼야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동향은.
▶과거에는 어떤 국가의 기업은 해당 국가의 거래소에 상장돼 그 국가의 투자자들이 투자했다. 이젠 완전히 변했다. 서학개미들의 경우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에 가서 무지막지한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그렇게 유동성이 몰리는 시장에선 기업들도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어느 국가의 거래소가 국제적 경쟁력을 확대해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모으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투자자를 끌어모으면 중요 기업들도 그곳으로 가게 돼 있다.
-한국은 어떻게 될까.
▶1980년대 우리나라에 컬러 TV를 만드는 회사는 7개 이상이었고 일본, 유럽에도 많았다. 근데 그 많던 컬러 TV 회사가 지금은 전 세계 3개 정도뿐이다. 한국거래소도 그런 과정을 겪을 것이다. 미국, 유럽, 중국은 거래소가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존의 문제다. 살아남으려면 중국에 필적할 수준의 자본시장을 만들어 아시아 거점 거래소가 돼야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일본을 이겨야 한다.
-한국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점은.
▶시가총액은 일본이 우리보다 2배 크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유연하다. 우린 변화에 굉장히 능동적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다이내믹하게 변하며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를 만들었지만 일본은 거기에 적응을 못했다. 포털사이트는 야후가, SNS는 라인이 가져갔다. 모두 외국 기업이다. 우리 자본시장도 유연하게 경쟁력을 확충해 간다면 일본 거래소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가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24시간 주식거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은 오는 10월부터 24시간으로 거래를 확대한다. 세상은 이미 24시간으로 굴러가고 있는데 우리는 못 하겠다면 도태되는 것이다. 일단 우리는 9월부터 12시간 거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 동향과 자금 흐름을 보고 내년 연말에는 24시간 거래를 할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전산은 내년 연말까지 다 준비하려고 한다. 어차피 지금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때문에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6월에 한국이 MSCI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될 수 있을까.
▶제도나 국제적 정합성을 보면 들어가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우리한테 좋은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선진시장의 전체 규모는 크지만 거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선 한국의 비중이 크다. 빨리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외환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구조를 흩뜨리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1961년 경북 청송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재정·금융 당국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대표적인 '금융통'으로 통한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2019년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맡았으며, 2021년부터는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2024년 2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themo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