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태닝을 즐기고 있다. 2026.5.14 © 뉴스1 윤일지 기자
"10만 원이던 방값이 75만 원으로 뛰고, 멀쩡한 예약은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이달 방탄소년단(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극에 달한 숙박업소의 도 넘은 '바가지 꼼수'가 결국 엄격한 법의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시기별 요금을 사전에 신고해 공개하고 위반 시 즉각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를 연내 법제화하기로 했다.
1일 정부 부처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합동 TF회의를 열고 범부처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그동안 일회성 단속이나 지자체의 계도 캠페인에 그쳐 비웃음을 샀던 솜방망이 대책이 마침내 강력한 '법적 강제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안 지키면 영업정지 5일"…칼 빼든 사전신고제
정부가 연내 법제화를 서두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도'(자율요금 사전신고제)다.
숙박업소가 성수기·비수기·지역 특별행사 기간별 요금 상한선을 자율적으로 미리 결정해 관할 지자체에 사전 신고하고, 이를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플랫폼과 홈페이지 등에 명확히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기존의 맹점을 보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수준의 징계 수위다. 그동안 가격 미표시나 부당 요금 징수가 적발되더라도 1차 행정처분이 단순 경고나 개선명령에 머물렀다. 사실상 '걸려도 그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시행하면 가격 미표시, 허위 표시, 표시 요금 미준수, 일방적 예약 취소 등에 대해 1차 적발 시 경고 절차 없이 곧바로 '영업정지 5일'이라는 강력한 철퇴가 내려진다.
바가지요금으로 소비자 피해가 인정된 숙박업체는 향후 호텔업 등급 결정 평가 항목에서 기존 최대 10점이었던 감점 배점을 30점으로 대폭 상향하는 등 페널티도 강화한다. 등급이 낮아지면 예약 플랫폼 노출 순위와 객실 단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BTS 공연 앞두고 긴급 가동…대체 숙박 1300개·담합 고발 포상금 한도 폐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달 부산 공연 관광객을 구제하기 위한 파격적인 현장 대책도 가동한다. 정부와 부산시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대체 숙박시설 약 1300여 개를 긴급 확보했다.
부산을 비롯해 양산·창원 등 인근 지역의 대학교 기숙사, 종교시설, 공공기관 연수원,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총동원해 관광객들에게 유·무상 숙소를 제공하며 턱없이 치솟은 숙박 수요를 분산시킨다. 이용 가능한 대체 숙박시설과 예약 방법은 '비짓부산'과 한국관광공사 누리집 '비짓코리아'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숙박업소의 가격 담합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을 끌어내기 위한 '포상금 제도'도 대폭 손질한다.
기존에는 위반 행위별로 최대 30억 원까지로 지급 한도가 정해져 있었지만, 이 상한선을 아예 폐지하고 부과한 과징금의 최대 10%를 포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 절차를 이달 내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상 공정거래법상 담합 과징금이 위반 기간의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한선 없는 10% 포상금'은 업계 내부의 상호 감시와 고발을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종로구는 6월 1일부터 바가지요금 근절 등을 위해 노점 실명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2026.5.18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대통령 특명 '관광 새마을운동'…풀뿌리 민관 협력으로 체질 개선
이번 강력한 법적 제재는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 중인 '관광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지역 관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4월 국무회의에서 "국내 관광의 최대 장애 요소인 바가지 씌우기, 외국인 경멸하기, 불친절 등 생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자영업자들과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관광 새마을운동을 전개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문체부는 전국 13개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근절을 위한 현장 밀착형 대응에 착수했다. 행정 처분이라는 '채찍'에만 의존하지 않고, 읍·면·동 단위의 실무 조직과 지역 상인회까지 아우르는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자발적인 자정 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강력한 처벌 기준 마련과 상인들의 자발적 인식 개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관광 품질 저하의 주범인 바가지요금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제도를 마련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시장의 자율성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높여 관광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교수는 "다만 제도의 틈새를 노린 또 다른 꼼수와 상술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보완과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한철 장사'로 폭리를 취하기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환대로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자리 잡도록 상인들의 근본적인 의식 개혁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