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5.31 © 뉴스1 최지환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며 2024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가격이 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24.2%)으로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수요가 겹치면서 국제항공료도 조사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등 물가 안정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 안팎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중동 전쟁 영향이 가공식품이나 외식 등 다른 분야로 본격 확산한 상황은 아니라며 향후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 장기화에 석유류 24.2%↑…"유류세 인하·최고가격제 없었다면 3.7%"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지난 4월(2.6%)보다 0.5%포인트(p) 높은 수준으로,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가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품목별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 올랐다. 석유류는 전체 물가를 0.92%p 끌어올렸다.
석유류 상승률은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휘발유 상승률도 2022년 7월(25.5%)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였고, 경유 역시 2022년 7월(47.0%)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국내 기름값 상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0.6%p 물가를 완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안 했으면 5월 물가는 전년 동월비로 3.7% 정도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물가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3월에는 0.6%p, 4월에는 1.2%p, 5월에는 0.6%p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부분이 있어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하며 지난달(3.8%)보다 오름폭이 더 확대됐다. 공업제품 내 가공식품은 0.8% 상승했다. 지난달(1.0%)보다 상승 폭은 축소됐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가공식품의 경우 출고가 인하와 기저효과로 상승 폭이 축소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가공식품은 지금 4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고 1% 밑으로 떨어졌다"며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부분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하한 부분들이 계속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제항공료 조사 이래 최대 상승…생활물가 3.3%, 2년1개월 만에 최고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오르며 오름폭이 확대됐다. 집세는 1.0%, 공공서비스는 1.8%, 개인서비스는 3.7% 각각 상승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중 외식 제외 항목은 4.4% 올랐다.
개인서비스에서는 보험서비스료(13.4%), 해외단체여행비(26.3%), 공동주택관리비(4.1%), 승용차임차료(25.7%)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여행·숙박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두드러졌다. 호텔숙박료와 국내항공료 등도 연휴와 계절적 여행 수요 증가 영향을 받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5월에 연휴가 두 번 정도 있었고 여행 서비스 품목들이 많이 오른 것이 개인서비스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개인서비스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도 3분의 1 정도로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용차임차료가 25.7%, 국내항공료가 25.9%, 해외단체여행비가 26.3%, 호텔숙박료가 9.3% 올랐다"며 "해외단체여행비에는 항공료가 들어가다 보니 국제선 유류할증료 상승분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 중에서는 국제항공료(33.5%)가 크게 올랐다. 국제항공료 상승 폭은 1995년 1월 조사 개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 심의관은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등 계절적 여행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해외단체여행비와 국내항공료, 숙박 임차료 등이 상승 폭을 키웠다"고 밝혔다.
석유류 가격 상승 여파는 일부 공업제품과 서비스 품목에도 반영됐다. 주택수선재료는 페인트 가격 상승 영향으로 5.0% 올랐고, 엔진오일교체료는 지난달 11.6%에서 이달 14.0%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세탁료도 지난달 8.9%에서 이달 11.3%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 모습. 2026.1.25 © 뉴스1 김명섭 기자
농축수산물 3개월 만에 상승 전환…정부 "전쟁 영향 전방위 확산은 아냐"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2개월 하락 후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5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4.7% 하락했던 기저효과와 일부 작물의 출하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재경부는 농축수산물이 지난달 마이너스에서 이달 플러스로 전환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약 0.2%p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석유류를 중심으로 0.1%p, 개인서비스는 0.2%p가량 전월보다 상승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품목별로 쌀(13.5%),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 달걀(10.2%), 갈치(15.1%), 조기(14.6%) 등이 올랐다. 반면 무(-27.5%), 배(-17.8%), 양파(-18.5%), 양배추(-43.9%) 등 일부 채소류와 과실류는 하락했다. 달걀 가격 상승은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수급 상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농산물은 하락 폭이 줄긴 했지만 할인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축산물은 AI와 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수산물은 수입 물량 가격이 많이 상승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신선어개가 5.7% 오른 반면 신선채소(-4.9%), 신선과실(-2.8%)이 내린 영향이다.
근원물가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모두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해 지난달(2.2%)보다 0.3%p 높아졌다. 근원물가 상승에는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데이터처는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근원물가가 2.5%로 오르긴 했지만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특정 품목들에서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지, 중동 전쟁 영향이 전반적으로 더 파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식품은 2.1%, 식품 이외는 4.2% 각각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도 전년보다 3.0% 상승했다.
이 심의관은 "이번 달 전체적으로는 전쟁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고, 계절적으로 여행 관련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가공식품이나 외식 등에서는 큰 변동 요인이 없었다"며 "아직 다른 분야까지 전쟁 영향이 크게 확대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공급 충격의 시차를 고려하면 하반기에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한 달 정도 뒤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생과 직접 연결되는 농축수산물과 먹거리 품목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