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료·항공료로 번진 '유가 쇼크'…당분간 '3%대 고물가' 불가피

경제

뉴스1,

2026년 6월 02일, 오후 02:49

2일 서울시내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6.2 © 뉴스1 안은나 기자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 전반에 본격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류 가격 급등이 직접적인 물가 상승을 이끄는 데 이어 항공료, 여행비, 세탁료 등 석유를 사용하는 서비스 가격으로도 확산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번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이란 전쟁이 쉽사리 종료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이상의 고물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5월 석유류 24.2%↑…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 없었으면 전체 상승률 3.7% 추정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물가의 주원인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 상승이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2% 올랐다. 품목별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석유류는 지난달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p)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5월 수준이었다면, 전체 물가 상승률은 2.2% 정도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정유사 도매가 상한제), 유류세 인하 등 조치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0.6%p 물가를 완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안 했으면 5월 물가는 전년 동월비로 3.7% 정도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면서, 2년 2개월 만에 3%대 상승률에 재진입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유가 상승 '후폭풍'…국제항공료 33.5%↑·엔진오일교체 14.0%↑·세탁료 11.3%↑
이처럼 정부가 석유류 가격을 일정 부분 누르고 있지만, 지난달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유가 상승의 영향이 확산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국제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33.5% 상승했다. 상승률은 1995년 1월 조사 개시 이후 역대 최고치다.

해외단체여행비는 26.3%, 국내항공료도 25.9% 상승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등 계절적 여행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해외단체여행비와 국내항공료 등이 상승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택수선재료 상승률은 페인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4월 3.7%에서 지난달 5.0%로 상승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엔진오일교체료는 11.6%에서 14.0%로, 세탁료는 8.9%에서 11.3%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엔진오일은 유가 영향을 크게 받으며, 세탁료도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 민감한 특성을 띤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석유류 가격이 결국 교통비, 항공료, 생산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운송비, 원자재비가 상승하면 가공식품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올라갈 것이고 음식, 외식 등 서비스 물가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4.15 © 뉴스1 김민지 기자

당분간 3%대 고물가 지속…하반기 정점 후 안정화 전망
유가 충격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이상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6월 물가상승률도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동 상황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당분간은 3%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상황이 조만간 안정화할 경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방향이면, 여름쯤 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다만 (중동 상황 등의 이유로) 상황을 봐야 하고 9월까지 상승세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수 교수는 "결국 중동 사태가 해결된 후에 몇 개월 있어야 물가가 내려올 것"이라며 "지금 공공요금을 안 건드리고 있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거나 공공요금을 현실화해야 하면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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