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웃는 'K자 성장'의 그늘…자영업자 빚 '연소득 3배' 넘었다

경제

뉴스1,

2026년 6월 03일, 오전 06:50

서울 시내의 주요 은행 ATM기기들이 운영되고 있다. © 뉴스1 이호윤 기자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은 자영업자와 비자영업자 모두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는 연 소득의 3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고, 일반 직장인이 포함된 비자영업자도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이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성장의 온기가 가계 소득 개선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면서 'K자형 성장'의 그림자가 부채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보다 빠른 부채 증가…자영업자 고부채에 비자영업자도 상승
3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체 차주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238.0%로 집계됐다. 전체 차주 LTI는 지난해 1분기 235.2%에서 2분기 236.4%, 3분기 237.2%, 4분기 238.0%로 매 분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계부채 부담 확대는 자영업자와 비자영업자 모두에서 확인된다.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은 절대 수준이 높고, 비자영업자는 증가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LTI는 336.8%로 집계됐다. 이는 자영업자가 연간 소득의 3.4배 수준 빚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LTI는 지난해 1분기 336.9%, 2분기 337.3%, 3분기 337.1%, 4분기 336.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이 포함된 비자영업자의 부채 부담도 커졌다. 비자영업자 LTI는 지난해 1분기 219.8%에서 2분기 221.4%, 3분기 222.3%, 4분기 223.3%로 4분기 연속 상승했다. 비자영업자도 이미 연간 소득의 2.2배가 넘는 빚을 안고 있는 구조다.

자영업자와 비자영업자 모두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 중심의 성장 회복이 내수와 일반 가계 소득 개선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K자형 성장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K자형 성장에서 위로 올라가는 쪽은 반도체·방위산업 등 일부 산업에 불과하고, 아래쪽에는 내수 부진의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속한다"며 "자영업자의 LTI가 높은 것은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의 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는 장사가 잘되지 않으면 사업자금 수요가 늘고, 소득은 그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에 부채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자영업자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비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가계대출 증가분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큰 영향으로 보인다"며 "주택 가격과 부동산 관련 부담은 커졌지만, 불경기에 소득은 그만큼 늘지 못하면서 소득 대비 대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채는 늘어나는 데 비해 소득이 충분히 늘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금융기관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 2026.4.28 © 뉴스1 최지환 기자

반도체 성장 온기 제한…가계 실질소득 0.4% 증가 그쳐
올해 1분기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통계 기준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806조 2000억 원보다 59조 6000억 원 늘었다. 증가율은 약 3.3%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고, 실질 근로소득은 1.7% 감소했다. 부채 총량은 계속 불어나는 반면 소득 개선은 미미했던 셈이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3.6%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치며 경제 성장률과 3.2%p 격차를 보였다.

일부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영업이익률과 성과급 지급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 가계의 소득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실질 근로소득이 감소했다는 점은 비자영업자 LTI 상승 흐름과 맞물려 볼 필요가 있다.

소득 분배 지표도 악화했다. 상·하위 20% 소득을 비교하는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상위 20% 소득은 늘었지만 중하위 계층의 소득 개선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신규 대출 흐름도 부담이다. 올해 1분기 차주당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2억 2939만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대와 수도권,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주담대 취급액이 늘면서 향후 가계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대출 흐름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뿐 아니라 '빚투' 확대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증권사 신용공여는 7조 3000억 원 늘어 역대 세 번째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 국면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함께 늘어날 경우, 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차주 개인의 손실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가장 중요한 것은 빚투"라며 "만약 빚투가 아주 만연해서 작은 충격이 매우 큰 시장 조정으로 이어진다면, 빚투를 하지 않은 사람도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주가 상승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가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총재도 말씀했듯 증가하는 부채 흐름에 대해서 유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의원은 "고물가·고환율·고유가라는 '3고 위기' 속에서 가계의 실질소득은 그대로인 반면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비극을 막으려면 포퓰리즘식 돈 풀기가 아닌 정교한 민생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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