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줄었다는데…1년간 5대銀 계좌 지급정지 14.8만 건

경제

뉴스1,

2026년 6월 03일, 오후 03:01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최근 1년간 금융 범죄 연루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내린 사례가 14만 882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응 강화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줄고 있지만 투자 사기를 비롯한 신종 금융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금융사기 피해 접수에 따른 계좌 지급정지 건수는 총 14만 8820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의 임시 조치 건수는 13만 9774건이다.

증가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5월 5대 은행의 월간 지급정지 건수는 6777건이었지만 같은 해 9월 1만 1086건으로 처음 1만건을 넘어섰다. 올해 1월 1만 4363건, 4월에는 1만 5787건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사이 약 2배 급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5개월간 지급정지 건수는 7만 17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2683건)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353건으로 전년 동기(1만 4461건) 대비 35.3% 줄었다. 피해액도 7632억 원에서 4936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출범시키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 결과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이 감소하는 사이 투자 사기 등 다른 방식의 금융 범죄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외에 투자 사기 등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이를 계기로 은행권에 신고·접수되는 피해 건수 자체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FDS가 빠르게 진화하는 신종 피싱 수법을 제때 탐지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급정지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임시 조치 건수(13만 9774건)보다 지급정지 건수(14만 8820건)가 오히려 많다는 것은, FDS가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피해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 피싱의 경우 임시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신종 피싱 대응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시 조치 후 사기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금융회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며 "세부 업무 프로세스와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할 시간적 여유 없이 긴급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애로"라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상 지급정지는 피해구제 절차를 통해 피해자 환급으로 이어지지만 신종 피싱에 따른 임시 조치는 환급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금을 확보하고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은행은 자체 대응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그룹사 공동 보이스피싱 대응 체계를 구축해 은행·카드·증권·라이프 등 그룹사 간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연계했다. 농협은행은 365일 24시간 의심 계좌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금융기관 최초로 '112 신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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