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이드라인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매각 자체를 막을 수단은 되지 못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를 부각시켜 본계약 조건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국내에서도 4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모듈·부품사 14개 지회의 확대간부 공동쟁의대책위원회의 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가 지난 1일부터 OP모빌리티 프랑스 파리 본사 앞에서 일방적 매각 중단과 노동자의 전적 거부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OECD NCP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이행을 촉진하고, 이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가입국 정부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공식 기관이다. OECD 프랑스 대표부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의 ESG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매각 절차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법적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NCP는 강제 이행 수단이 없으며,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중재와 권고안 제시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모비스나 OP모빌리티가 권고를 따르지 않더라도 형사·행정적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노조가 국제 채널을 택한 배경에는 본계약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ESG 리스크를 부각시켜 사측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사 OP모빌리티 입장에서도 자국 OECD 채널에 이의제기가 접수되고 현지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본계약 세부 조건이나 위로금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지회는 서한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630여명의 노동자 개별 동의와 사전 협의 없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강제 전적을 강요하는 행위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5장(고용 및 노사관계)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353명의 노동자가 강제 전적 거부 선언서에 서명했으며, 해당 사업부 인력의 약 56%가 지회 조합원임에도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제기했다.
박창현 수석부지회장은 “프랑스 NCP가 한국 NCP와 긴밀히 공조해 사측의 독단적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현지에서 끝까지 대면 협상과 연대 투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원정단은 현재 OP모빌리티 측과의 비공식 면담과 프랑스 현지 노동 단체와의 연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사무연구직지회를 포함해 현대모비스 관련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각 노조 지회들의 교섭 전략은 사업장별로 각기 다르다. 직접 당사자인 금속노조 경주지부 현대IHL지회는 4월 27일부터 23일간 전면 파업을 이어온 끝에 5월 20일 합의안 찬반투표를 통과시켰다. 합의의 핵심은 OP모빌리티와의 본계약 체결 시 생산인력 100% 고용승계, 마북·의왕 연구개발(R&D) 거점 유지, 노조 및 기존 단체협약 유지를 계약 조건에 명시하는 것이다. 다만 위로금의 구체적 규모와 지급 방식은 향후 별도 합의하기로 했는데, 향후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100% 자회사인 유니투스 노조는 한발 앞선 5월 13일 파업을 철회하고 생산에 복귀했다. 5개년 공헌 위로금과 뉴스타트 격려금을 포함해 1억5000만원 수준의 위로금 조건에 합의한 결과였다.
현대모비스 모듈·부품사 14개 지회 공동쟁의대책위원회는 4일 역삼 본사 앞에서 확대간부 주·야간 각 8시간 파업 및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번 공동행동은 2026년 임금·단체교섭과 연계된 투쟁 성격을 띠며 △고용안정 확보 △유니투스·모트라스 공동교섭 보장 △고정급 인상이 3대 핵심 요구다. 확대간부 중심 참여인 만큼 즉각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지만, 현대IHL 합의 이후에도 갈등이 자회사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OP모빌리티와 MOU를 체결하고 상반기 거래 마무리를 목표로 내건 만큼, 전동화·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로보틱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전통 부품 사업부 매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면서 “노사 합의 내용을 본계약에 명시하는 것이 전제조건인 만큼, 위로금 세부 규모 및 사무연구직 처우 문제가 최종 계약까지 남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