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점수 매기고, 지자체엔 고발권...기업 감시망 넓히는 공정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전 05:31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광역 지방자치단체(지자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다 기업집단의 건전성을 점수화해 평가하는 제도 도입까지 추진하면서 재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통제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독점하고 있는 전속고발권을 17개 광역지자체에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광역 지자체까지 직접 고발권을 주되 자체적으로 고발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절차를 완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권 확대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애초 공정위는 광역·기초지자체 등에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할 수 있는 권한(고발요청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3월 31일 국무회의에 보고했지만, 이 대통령은 “왜 요구권으로 제한해야 하느냐”며 지방정부에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하도급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거래 사건의 전문성과 법 집행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전속고발권이 광역지자체로 확대될 경우 지방정부가 지역 내 하도급, 가맹,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사건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광역단체장을 확보한 상황과 맞물려 가맹점주 보호, 하도급 갑질 근절, 소상공인 권익 보호 분야를 중심으로 고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정책 변화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체계다. 공정위는 최근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개발 및 활용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기업집단 전반의 건전성을 수치화할 수 있는 평가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총수일가 지배력 △내부거래 비중 △이사회 독립성 △주식 분산도 △순환출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단일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평가체계와 인센티브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ESG 평가가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수준을 점수화하듯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행태를 하나의 지표로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기업집단을 점수화·등급화해 또 다른 규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집단을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결과를 시장에 공개할 경우 투자자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사실상 ‘기업 줄 세우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가 도입되면 결국 하나의 지표와 기준으로 기업들을 비교·평가하게 될 텐데 기업집단마다 지배구조나 사업구조의 특수성이 다른 만큼 이를 일률적으로 점수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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