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투기등급 턱걸이 대동, 1년 내 막을 빚만 8천억…유동성 위기 수면 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후 04:31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000490)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외상값과 재고가 급격히 늘며 현금흐름이 둔화한 가운데, 최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마저 'BBB'로 강등되며 자금 조달 여건마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 비중이 70%를 웃도는 불안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어, 차환이 꼬일 경우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전날 대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각각 하향 평가하고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변경했다. 이는 나신평이 지난 2024년 12월 16일 대동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재고에 묶이고, 외상에 갇히고

대동의 신용등급 하향은 부정적 전망을 달고도 고질적인 현금흐름 문제를 끝내 개선하지 못한 결과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며 순운전자본 부담을 키웠고, 현금 순유출이 지속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대동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8936억원으로 전년 말(8052억원) 대비 약 11%(884억원) 증가했다. 순운전자본은 기업이 영업활동에 묶어둔 돈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영업활동에 묶인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동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은 3311억원으로 전년 말 2743억원 대비 20.7% 급증했고, 창고에 쌓인 재고자산 역시 7492억원에서 7775억원으로 3.8% 늘었다. 연환산 매출에 기반한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지난해 70.5일에서 올해 1분기 73.1일로 늦어졌고, 재고자산 회전일수 역시 181.6일에서 184.4일로 길어졌다. 회전일수는 외상 판매대금이 실제 현금으로 회수되거나 창고의 제품이 판매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즉 대동은 외상값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데 두 달 반(약 73일)이 걸리고, 창고의 재고를 털어내는 데는 반년(약 184일)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들 수치가 악화했다는 것은 매출채권 회수 및 재고 소진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대손 발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대동 대구공장 외부 전경.(사진=대동)


더욱이 농기계 산업이 1분기에 실적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상고하저의 뚜렷한 계절성을 띤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년 중 성수기인 1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연간 실적을 후하게 추산했음에도 오히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전년보다 더욱 길어졌기 때문이다. 보수적으로 볼 경우 대동이 체감하는 재고 소진 및 현금 회수 지연의 골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운전자본 부담 확대는 현금흐름 둔화로 직결됐다. 대동이 영업활동에서 발생시킨 수익 대부분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에 묶이면서 현금흐름은 순유출을 의미하는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다.

올 1분기 대동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13억원으로 전년 동기(290억원) 대비 크게 악화하며 적자 전환했다. 자본적지출(CAPEX)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415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활동에서 유입된 현금보다 유출된 현금이 더 많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차환 창구마저 좁아졌다

현금 창출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외부자금 의존도는 더욱 확대됐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진 상황에서 만기 구조마저 단기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동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742억원에 달한다. 이 중 만기 1년 이내 단기차입금만 7776억원으로, 전체의 72.4%에 육박한다. 신용평가업계가 안정적으로 보는 단기차입금 비중 기준인 50% 미만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차입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곧 갚아야 할 빚이 줄줄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거나 신용도가 흔들릴 경우,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 돈을 빌려 버티는 차환(롤오버)이 막히며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더욱이 가용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만 1조원(순차입금비율 153.6%)에 달해 유동성 대응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단기차입 비중을 낮추려면 장기물로 갈아타야 하지만, 비우량채 투심이 얼어붙은 현 시점에서 'BBB' 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대동은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채 시장에서 끊임없이 빚을 돌려막으며 버텨야 하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셈이다.

김형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영업수익성 저하에 따른 현금창출능력 감소로 확대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경쟁구도 변화와 회사의 영업수익성 추이, 해외 판매 실적 변화 및 운전자금 부담의 확대 여부, 종속기업 출자 및 투자자금 소요 증가에 따른 차입 부담 수준 등을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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