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도 속수무책, 1560원 뚫은 환율 쇼크…"당국 카드 제한적"

경제

뉴스1,

2026년 6월 07일, 오전 06:15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4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6.6.5 © 뉴스1 박지혜 기자

달러·원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장중 1560원 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이 이틀 연속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고 스무딩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까지 투입했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했다.

최근 환율 상승은 실수요 중심의 달러 수급이 주도하면서 당국의 구두개입이나 미세조정만으로는 속도 조절 외에 뚜렷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시장 안정 차원에서 구두개입과 미세조정, 금융권 외화유동성 점검, 공적기관 외환수요 조정 등 간접적 대응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500원대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만, 외국인 수급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구조적 '뉴노멀'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하고 있다.

1560원도 뚫은 환율…구두개입·미세조정도 못 막았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2시 야간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19.9원 오른 1559.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야간거래 막판 상승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최고치다.

앞서 5일 주간거래에서도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 대비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529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코스피 급락과 함께 1540원 선을 돌파했고, 오전 10시 27분쯤 1549.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외환당국이 이틀 연속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고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됐지만, 환율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5일에도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물가로 인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도 관측됐다. 실제 지난 4일 환율은 장중 1520.1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1529.7원까지 올라 거래를 마쳤다. 이튿날에는 1540원 선을 넘어 장중 1549.1원까지 치솟으며 당국 대응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구두개입과 미세조정 등 시장안정조치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최근 환율 상승이 투기적 베팅보다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 즉 실수요 달러 매수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약세를 더 가파르게 만든 직접 변수는 외국인 주식 매도다. 5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50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20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중동전쟁과 고유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는 이미 환율 상방 압력으로 깔려 있었지만, 최근 장중 급등을 만든 직접적인 수급 변수는 이 같은 외국인 매도라는 게 당국과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수출 호조가 곧바로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 9000만 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곧바로 환전하는 흐름은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꾼 뒤 국내에서 운용하기보다 해외에서 달러 자금을 운용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권을 기록해도 외환시장에 실제 달러 매도 물량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환율 하락 압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수출 호조가 곧바로 네고 물량 확대로 이어져 환율을 끌어내리는 경로가 약해진 셈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6.5 © 뉴스1 박정호 기자

남은 카드는 유동성 점검·스와프·실개입…1500원 '뉴노멀'로 보긴 어려워
외환당국은 추가 시장안정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응의 초점은 특정 환율 수준 방어가 아니라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 완화에 맞춰져 있다. 환율이 특정 레벨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투입해 수준 자체를 맞추는 방식에는 신중한 기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특정 수준으로 환율 레벨을 맞추려면 하루에 100억 달러 이상, 총 수백억 달러를 써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투기적인 움직임이면 구두개입, 미세조정, 실개입이 확실한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수요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때 외환보유액을 써버리면 실탄을 소진하고도 못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은행권 외화유동성 점검, 선물환 포지션 한도 관리, 외환건전성 규제 조정 등 변동성 완화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 등 공적 부문과의 외환스와프 확대나 환헤지 비율 조정도 달러 수요를 분산시키는 카드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4일 '6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6월 말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1500원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달러·원 환율은 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중동지역 종전 협상 교착상태와 안전자산 선호, 엔화 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1500원 내외에서 높은 박스권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500원대 환율이 장기적인 뉴노멀로 굳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 연구원은 "1300~1400원 뉴노멀에는 동의했지만 1500원은 뉴노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400원 초반까지는 기업들이 버틸 만하지만 지금 레벨은 수입업체와 협력업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환율 방향을 바꿀 핵심 변수는 중동전쟁 종전 여부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 진정이다. 원화가 글로벌 위험회피 국면에서 기준처럼 움직이는 '리스크 벤치마크 통화'로 취급되는 만큼, 종전이 아닌 단순한 협상 진전이나 휴전 기대만으로는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민 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란과의 전쟁을 조만간 종결지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고, 원화가 달러 약세를 다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60~80% 정도는 쫓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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