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6.5 © 뉴스1 박정호 기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원 환율이 1560원을 돌파하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강력한 하방 압력을 맞닥뜨리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월요일 개장 즉시 코스피가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 공포가 번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의 견조한 이익 성장에 대한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환율과 금리로 인한 폭락장세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美 반도체 지수 10% 폭락…30만전자·200만닉스 지지 주목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1.35%), S&P500지수(-2.64%), 나스닥종합지수(-4.18%) 등 미국 3대 주요 증시 지수는 일제히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500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의 5월 고용 데이터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무산시키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특히 반도체 산업 관련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을 모아 만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26% 내린 1만 2220.7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쇼크가 발생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가 6.2% 밀렸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16.74% 폭락했다. 브로드컴(-7.92%), AMD(-10.86%), 인텔(-11.28%) 등도 동반 부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마이크론 역시 13.25%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레이몬드 제임스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증가와 가격 급등에 따른 하드웨어 기업의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시장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반도체 업황이 피크를 이룰 것이라고 발표했고, BNP파리바 등도 같은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강한 동조화(커플링) 양상을 보여온 만큼, 이들의 주가 하락은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일 36만 5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이틀 각각 2.5%, 6.4% 하락해 지난 5일 32만 9000원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236만 3000원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 5일 9.92% 급락해 200만 7000원으로 200만 원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거래일, SK하이닉스는 20거래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코스피는 반도체 쏠림이 심화돼 지수 전체가 두 종목에 좌우되는 구조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에서 반도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5월 22.9%에서 1년 만에 53.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560원 넘긴 환율 …반도체 실적 모멘텀 견고 "비중 확대 기회"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상황도 증시에 치명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5일 주간거래 장중 최고 1549.1원을 기록한 데 이어, 야간거래에서는 1561.5원까지 치솟았다. 달러·원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156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지난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1500원 초·중반대에서 하방경직적인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며 "정책 당국의 실제 개입이 출회될 경우 원화 약세가 일부 되돌릴 수 있지만, 외국인 리밸런싱 차익실현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환율 상단을 위협하는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간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 온 반도체 업종의 견조한 실적 전망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조정 국면이 저가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85조 8446억 원, 62조 4215억 원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52조 9141억 원, 257조 6880억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2028년까지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급락은 펀더멘털이나 매크로 위기 상황보다는 지수 상승 속도 부담과 쏠림현상 심화라는 기술적, 수급적 요인이 더 크다"며 "이익 모멘텀은 추가 개선될 여지가 있고, 급락으로 또다시 밸류에이션상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진입 매력도 생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5일 주가 하락은 메모리 시장의 펀더멘털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의 실적 모멘텀과 무관한 시장 노이즈에 의한 하락으로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jup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