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주당 약 1.5시간 줄였지만 전체 업무로 볼 때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자영업자와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처럼 성과 유인과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업무처리량 증가가 확인됐다.
AI의 생산성 효과가 기술 도입 자체보다 절약된 시간을 생산 활동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작업 구조와 보상 체계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서동현 과장과 오삼일 팀장, 윤종원 조사역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근로자의 51.8%가 생성형 AI를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확산 속도는 과거 인터넷 확산 당시와 비교해 약 8배 빠른 수준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5~6월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조사를 활용해 AI 활용이 업무시간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생성형 AI 활용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약 1.5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업무시간 단축분이 모두 생산 활동에 재투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 생산성 증가 효과는 약 1.0%로 추정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 수치가 절약된 시간이 전적으로 생산 활동에 재투입된다는 강한 가정에 따른 것으로, 실제 생산성 증가 효과의 상한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업별로는 전문직(2.8%), 사무직(1.9%), 관리직(1.5%) 순으로 시간 절감 효과가 컸다. 반면 서비스직, 기능직, 단순노무직에서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작업별로는 교육자료 개발, 통계분석, 모델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전체 표본 기준으로는 업무시간 단축이 실제 생산 증가로 자동 연결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이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 간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오 팀장은 "업무 시간을 줄인 만큼 다른 생산적인 활동에 투자했다면 긍정적인 관계가 나와야 하는데, 어떤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를 생산성 단절 현상이라고 할 수 있고, 절약된 시간이 더 많은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특성별로는 AI 사용시간 상위 50% 집단과 근속연수 하위 50% 집단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연구진은 AI 활용 능숙도가 높을수록 기술 도입에 따른 한계 효율이 커지고, AI가 저숙련 근로자의 경험 부족을 보완해 숙련도에 따른 생산성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자영업자는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이 1.0%p 절감될 경우 임금근로자보다 업무처리량이 추가로 1.0%p 증가했다. 전문직은 사무직보다 업무처리량 증가 효과가 0.7%p 컸고, AI 사용시간 상위 50% 집단도 하위 50%보다 0.5%p 높았다.
오 팀장은 백브리핑에서 "AI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눈에 띄는 게 저숙련 근로자와 연차가 낮은 근로자들이 AI를 활용하면서 경험 부족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효과를 보였다"며 "숙련에 따른 생산성 격차를 AI가 조금 완화시켜 주는 평준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AI 생산성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로 AI 활용이 아직 개별 작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업무시간 절감률이 20%를 넘는 작업은 전체의 4.4%에 그쳤다.
또 문서 작성이나 데이터 분석처럼 일부 작업이 AI로 빨라지더라도 의사결정, 협업, 승인 절차 등 병목 단계가 그대로 유지되면 전체 산출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오 팀장은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 구조는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AI라는 툴만 얹힌 형태로 나타나다 보니 개별 작업의 효율성은 높이지만 작업 간 연계 방식은 높이지 못하는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보상 구조도 생산성 단절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추가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약한 경우 근로자가 AI로 줄인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에 다시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 확산이 거시적 생산성 증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AI 도입 자체보다 이를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