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77.6조 팔자'에 환율 휘청…당국은 'NDF·편법 거래' 정조준

경제

뉴스1,

2026년 6월 08일, 오후 06:52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달러·원 환율이 1535.70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6.6.8 © 뉴스1 이광호 기자

최근 한 달간 외국인들이 77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외국인 매도는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과거 고점 대비 낮아진 점을 고려할 때, 매도 압력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당국은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 거래와 일부 수출입 기업의 비정상적인 결제 행태(리드·래그) 등이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구두개입성 메시지와 함께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구두개입에도 1530원대…"외인 순매도, 큰비는 지나갔을 가능성도"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했다. 이후 오후 2시쯤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개시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고,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최근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는 외국인 '팔자'가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영업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누적 순매도 규모는 77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동안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7일 1454원 수준이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일야간거래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고점(1561.0원) 이후 최고치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 선물환 매도 카드를 꺼낸 데 더해 이날까지 총 네 차례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놓았다.닷새 동안 네 차례나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5일에도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물가로 인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7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도 "중동전쟁 전개 및 미국 물가 동향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재차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24시간 높은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오늘 마련한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에는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공동명의로 구두개입 메시지가 나왔다. 외환당국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며칠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추정 물량도 관측됐다.

외환당국이 이 같은 시장 안정화 조치를 잇달아 동원했음에도 환율은 여전히 153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수급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1500원대 고환율 흐름을 끊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국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향후 점차 완화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3%에서 47.8%로, SK하이닉스는 53.8%에서 51.3%로 낮아지면서 주가 급등 전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던 두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주가 급등 전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리밸런싱 차원의 추가 매도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내 증시가 안정되면 리밸런싱 차원의 기계적 매도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와 코스닥 등 일부 업종으로 외국인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도 관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8일 최근 환율 상승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며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했다. 정부와 한은은 이날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 2026.6.8 © 뉴스1 김성진 기자

당국은 NDF·비정형 거래 정조준…"투기적 쏠림 차단"
당국은 NDF와 비정형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이라면, NDF를 통한 투기적 거래와 수출입 기업의 '리드 앤 래그'(Lead&Lag)는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야간시장과 런던장으로 넘어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당국은 NDF 거래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전고점 돌파를 노린 베팅성 수요가 붙으며 환율 레벨 자체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NDF는 실제 달러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점의 차액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다. 적은 증거금으로도 큰 규모의 환율 베팅이 가능하다.

지난 7일 시장상황점검회의 참석자들도 일부 투기적 거래가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같은 날 참석자들은 역외 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역외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인 DF 거래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주간시장에서는 거래 주체와 흐름을 상대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쉽지만, 야간 역외 거래에서는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은 24시간 외환거래와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국내 DF 시장(실물 달러를 주고받는 일반 선물환 시장)을 키우면 NDF 거래가 자연스럽게 흡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NDF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시장 민감도가 큰 만큼, 로드맵을 통해 투명성과 정상 거래 기반을 높이는 방향이 검토될 전망이다.

수출입 기업의 비정형 거래도 점검 대상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많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더라도, 수출업체가 환율 상승을 기대해 수출대금 수취 시점을 늦추는 '래그' 거래에 나서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제때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입업체가 환율 추가 상승에 대비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는 '리드' 거래를 늘리면 달러 매수 수요가 선반영된다.

당국은 이러한 리드 앤 래그 거래가 확산될 경우 수급 불균형이 커지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수입대금을 1년 전에 미리 지급하거나, 수출대금을 1년 동안 받지 않는 경우 등은 비정형 거래로 한국은행 신고 대상이다.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 거래로 처벌될 수 있다.

당국은 불법 외환거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국세청·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관련 거래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재경부와 산업부도 주요 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의 시장 안정 의지와 협조 요청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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