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아니었어?”…43살 돼지바, 샤로수길 빵집 됐다[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09일, 오후 04:2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서울 봉천동 샤로수길 인근. 나무 간판을 단 작은 빵집 앞에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간판에는 ‘돼지바 빵 제-과’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얼핏 보면 새로 문을 연 동네 빵집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빨간색 로고와 돼지바 캐릭터 ‘돼장님’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냉동고 안에 있어야 할 43살 아이스크림 돼지바가 이번엔 빵집 주인처럼 소비자를 맞았다.

롯데웰푸드가 서울 봉천동 샤로수길 인근에 연 ‘돼지바 빵집 since 1983’ 팝업스토어 현장이다. 이번 팝업은 최근 출시한 신제품 ‘돼지바빵’을 앞세워 돼지바 브랜드를 베이커리 콘셉트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팝업은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현장 구성은 단순 제품 진열장이 아니었다. 한쪽에는 지난해 선보였던 ‘돼지바상회’ 콘셉트를 옮겨왔고, 다른 쪽에는 돼지바를 베이커리처럼 풀어낸 공간이 마련됐다. 나무 진열대와 레트로풍 간판, 제과점 분위기의 소품이 어우러지면서 아이스크림 브랜드보다 오래된 동네 빵집 같은 인상을 줬다.

가장 긴 체류가 일어나는 곳은 계산대가 아니라 캡슐 추첨기 앞이었다. 방문객이 캡슐을 뽑으면 세 가지 토핑 재료 중 하나가 나온다. 이를 직원에게 가져가면 돼지바빵 위에 직접 페어링해준다. 방문객들은 돼지바빵을 받자마자 바로 먹지 않았다. 먼저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빵 위에 올려진 토핑을 찍고, 돼지바 모양의 포토존 앞에서 다시 한 번 사진을 남겼다. 먹는 제품이던 돼지바가 이곳에서는 찍고, 꾸미고, 뽑는 놀이가 됐다.

현장에는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미션 동선과 인형뽑기 경품존도 마련됐다. 포토존, 캡슐 추첨기, 인형뽑기로 이어지는 구조다. 방문객들은 매장 안을 돌며 미션을 수행하고, 돼지바빵 굿즈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제품을 맛보는 시간보다 사진을 찍고 체험하는 시간이 더 길어 보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지금 놀라고 있다”며 “주말에는 줄이 매장을 한 바퀴 돌아 동네 민원이 올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팝업은 운영 4일 차 기준 하루 방문객이 많게는 1000명 안팎에 달했다. 별도 예약 없이 현장 방문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성수동이 아닌 샤로수길을 택한 것도 의도적이다. 최근 식음료 팝업은 성수동에 몰리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 측은 실제 고객을 찾아가는 실험을 택했다. 앞서 10대 소비자를 겨냥한 ‘크런키’ 팝업을 대치동 학원가에서 진행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성수나 을지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고객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며 “돼지바는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익숙한 스테디셀러인 만큼 학생과 직장인, 지역 주민이 함께 있는 샤로수길에서 테스트 삼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팝업의 핵심은 ‘헷갈림’이다. 소비자가 빵집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돼지바다. 그런데 또 빵처럼 생겼지만 아이스크림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빵이냐, 아이스크림이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회사 측은 이 혼란 자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익숙한 브랜드를 낯설게 보여주고, 소비자가 그 낯섦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 셈이다.

롯데웰푸드가 이런 변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래된 브랜드를 오래된 제품처럼 보이게 두지 않기 위해서다. 돼지바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장수 브랜드지만, 익숙함이 곧 낡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식품업계가 장수 브랜드를 굿즈와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웰푸드는 앞서 카스타드와 말랑카우 향을 담은 향수, 과자 브랜드를 활용한 키캡과 클리커 등 이색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돼지바도 이전부터 변신 실험을 이어왔다. 일본식 카츠산도에서 착안한 ‘돼지바 카츠 샌드’ 콘텐츠가 소비자 사이에서 반응을 얻었고, 이후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돼지콘’ 같은 제품으로 확장했다. 돼지바빵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기존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알리는 대신, 형태를 바꾸고 세계관을 입혀 소비자가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드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돼지바가 워낙 인지도가 높은 장수 브랜드지만 늘 같은 모습으로만 보이면 오래된 제품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돼지바빵은 ‘빵이야, 아이스크림이야’라는 반응 자체를 재미있는 마케팅 포인트로 보고 기획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직접 토핑을 뽑고 꾸미며 돼지바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앞으로도 장수 브랜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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