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에 항공사 '휘청'…철강·석화 '비명'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09일, 오후 07:09

[이데일리 이배운 김소연 박민웅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업종은 원화 환산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입 원자재와 달러 결제 비용 부담이 큰 업종은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국내 LCC와 FSC 항공사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비상등이 켜진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운영 비용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4조2891억원,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됐던 2020년 1분기 이후 6년 만의 적자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들도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아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실적이 증가하지만 호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소재 등 원자재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고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이 소비심리와 더불어 신차 구매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

중공업계도 업종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 대부분을 달러로 체결한다. 선박 건조 기간이 통상 2~3년에 달하는 만큼 계약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 선박 인도 시점의 원화 기준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핵심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된 데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나프타를 비롯한 주요 원재료를 달러로 수입하는 만큼 환율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고환율은 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와 가전업계 역시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외형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원자재, 핵심 부품 매입 비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반도체 웨이퍼와 디스플레이 패널, 주요 부품 등의 매입 비용이 상승하면 제조원가 부담도 커진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완제품(DX) 부문 원재료 매입액은 74조 5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미국 현지 설비투자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원화 기준 자금 조달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환 헤지 비중과 원화 결제 비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에도 총력을 기울이며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도 “고환율과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경영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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