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하면서 나프타를 활용하는 원부자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운반선(사진=연합뉴스)
방산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최근 핵심 수입 부품인 신호증폭기(앰프)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소 50%에서 최대 100%까지 올라 타격을 받았다. 과거엔 해외 공급업체들이 연간 두 차례 정도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수시로 가격 인상 공지가 나오고 있어 대응이 어렵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초에 어느 정도 비용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직접 수출은 없고 대기업 통해 수출하는 방식이라 환차익에 대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송풍기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도 핵심 원자재인 철판과 알루미늄 조달 비용이 최근 60% 상승한데다 용접용 CO₂ 가스 등 부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기업 역시 제자리인 납품 가격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 때문에 납품단가를 올리기 어렵다”며 “가격을 올렸다가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를 하며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의 지난해 12월 조사에서도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의 41%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당시 달러 매매기준율은 1447원으로 최근 1500원대 환율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 기업들의 환율피해가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번 환율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경상수지 흑자로 취득한 외화의 국내 유입이 과거보다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환 수급 여건이 예전보다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4월 국제수지를 보면 국내 은행의 대외 현금 및 예금은 121억 6000만달러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곧바로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지 않으면서 역대급 무역수지 흑자에도 원화 강세 압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변수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가져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대미 투자 확대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보다 한국의 순대외자산 규모가 커졌고 미국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균형 환율 자체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쉽게 1300원대로 내려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특정 환율 수준 자체보다 경제 주체들이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며 “거시경제 전체 충격보다는 기업 간, 산업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