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 요구가 '패키징 공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부족으로 지방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하지만 생산시설이 분산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과거 후(後) 공정으로 분류되는 패키징은 기술 난도가 낮았지만 지금은 패키징이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 사례다.
이 때문에 전력과 용수 지원, 세금 감면 등을 통해 분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같은 기대 효과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8일 경기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ew Research & Development - K'(NRD-K)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약 3만 3000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다. 2030년까지 총 20조 원이 투자된다. (삼성전자 제공) 2024.11.18 © 뉴스1
용수 인프라 등 고려 '반도체 후 공정 공장' 건설 추진
1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는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거점을 호남과 충청 지역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 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 전남 장성, 충남 온양 등에 새로운 패키징 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과 온양에,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인프라 및 집적 효과 등을 고려해 호남권까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회로를 만드는 과정인 전(前) 공정과 칩을 완성하고 제품화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는 데 일반적으로 후공정이 전력, 용수 등의 사용량이 전 공정보다는 적다. 이들 기업이 호남권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을 후 공정으로 검토하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호남권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지만 용수 문제는 현재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사용하는 한강 수계보다는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공정 가스 정화 과정에서 세척 및 불순물 제거에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클린룸의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도 필요하다. 당장 용인에 조성 중인 두 곳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2031년부터 하루 31만 톤 규모의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며 2035년부터는 일일 기준 107만 2000톤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를 검토 중인 지역의 용수 능력은 패키징 공정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전 공정은 이미 수도권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공정 및 장비 등이 후공정보다는 까다롭다"며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 난도가 조금 낮은 후 공정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광주에는 반도체 후 공정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엠코테크놀로지가 있다"며 "(후 공정을 이 지역에서) 같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집적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가 5극 3특을 추진 중인데 지방과 같이 커나갈 수 있게 첨단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조 5763억원, 37조 61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으로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 © 뉴스1 김민지 기자
집적 효과 자유롭고 정부 지원 등도 호남권 공장 건설 고려
이들 지역에 대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두고 집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집적을 통한 생태계를 갖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반도체 제조는 수백 가지 공정이 연속적으로,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각종 부품부터, 장비, 원자재 등이 물리적으로 인접해야 한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비용 및 인프라 사용 측면 등에서 집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후공정은 전 공정 대비 집적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패키징 공정은 (전 공정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가져다가 제품화하는 과정이기에 전 공정 대비 집적 효과에서 다소 자유롭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투자를 통한 정부의 지원 계획도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끌어낸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에 이런 부탁을 한다. '가급적이면 지방에 해달라. 지원하겠다' 살짝 압력도 좀 넣는다.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며 "사실은 부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8월부터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에선 반도체 산단을 비수도권 지역에 조성하면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내용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초과 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 역시 이번 지방 투자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전 거론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지역은 올해 거둬들이는 법인지방소득세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고용 및 인구 유입 효과도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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