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은 이제 CEO의 일"…이억원, 5대 금융지주 회장 긴급 소집한 이유

경제

뉴스1,

2026년 6월 10일, 오후 06:13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AX 시대 해킹·보이스피싱 대응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0 © 뉴스1
"항구에 배를 세워두는 것은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0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인공지능(AI) 시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전사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동안 정보기술(IT) 부서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중심으로 다뤄지던 보안 문제를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챙겨야 할 핵심 경영 과제로 격상시킨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AX 시대 해킹·보이스피싱 대응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집한 것은 지난 3월 중동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비상대응체계 점검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에도 국민성장펀드 출범, 시장 불안 대응 등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단을 직접 불러 의견을 수렴해 왔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수장을 대상으로 '보안'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최근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이버 위협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AI가 스스로 취약점을 탐지하고 공격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보안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글로벌 AI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앤트로픽의 '미토스' 사례를 언급하며 AI 기반 사이버 위협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보안 취약점을 탐지할 뿐 아니라 스스로 해킹을 기획·실행하는 능력까지 갖춘 AI가 등장하고 있다"며 "딥페이크와 음성변조 기술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 공격은 AI로 방어한다'는 원칙 아래 보안 목적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보안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망분리 규제 전면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토스 쇼크가 금융 생태계 전반의 위협으로 떠오른 만큼, 지주 차원에서 보안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단순한 기술 대응을 넘어 보안 문제를 그룹 차원의 경영 리스크로 다루라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CEO 차원의 관심과 투자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CEO 차원의 세심한 관심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개별 금융회사마다 역량과 여건 차이가 있는 만큼 지주회사 차원의 관심과 계열사 간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전 계열사의 전산 자원을 관리하고 보안 패치와 위기 대응 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주요 금융회사 CISO들을 불러 망분리 규제 긴급 완화 조치를 설명하는 실무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권 부위원장은 "고성능 AI 보안 위협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통제해야 하는 위험"이라며 "마스크를 쓰듯 AI 방어 체계를 갖추는 일상적인 사이버 위생이 금융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보안 이슈를 실무 부서 차원이 아닌 최고경영진이 직접 챙기는 핵심 경영 현안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AI 기술 발전으로 공격과 방어 모두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회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참석한 금융지주 회장들은 AI 기반 보안관제 시스템과 모의해킹 솔루션 도입, 지주 차원의 보안 전담 조직(레드팀) 운영 현황 등을 공유하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항구에 배를 세워두는 것은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며 "망분리 규제 완화와 AI 정책을 기회로 삼아 금융권이 생산적·포용적·신뢰금융 전 영역에서 AI를 통한 체질 개선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oo5683@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