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랜저가 4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외관은 젊어졌지만 속은 더 깊고 성숙해졌다. 서울 강동구의 한 쇼핑몰에서 강원도 춘천의 카페까지 왕복 140km 거리를 현대차 ‘더 뉴 그랜저’로 달리며 ‘국민 아빠차’의 별명을 붙일 자격이 여전한지 꼼꼼히 살펴봤다.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신모델은 기존 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전면부를 날카롭게 다듬어 입체감을 더했다. 덕분에 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살아난다. 기존 그랜저가 헤리티지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다소 딱딱하고 중후한 인상이 강했다면 더 뉴 그랜저는 젊고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더 뉴 그랜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실내는 과연 그랜저답게 넓고 여유롭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2열 공간도 대형 세단에 기대하는 만큼 넉넉하다. 시트 착좌감은 장거리 이동 시 피로감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듯 부드럽고 푹신하다.
더 뉴 그랜저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신모델에는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 대신 현대차 최초로 통유리 형태의 ‘스마트 비전 루프’가 적용돼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버튼 조작으로 투명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앞좌석과 뒷좌석을 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더 뉴 그랜저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운전대 너머에는 커다란 계기판 대신 작고 슬림한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간소하게 보여준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첫차로 그랜저를 장만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혁신이다. 다만 얇은 화면이 따로 얹힌 듯한 디자인적 부조화는 아쉽다.
더 뉴 그랜저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그러면서도 비상등과 공조 장치 등 운전 중 손이 자주 가는 기능은 디스플레이 하단에 물리 버튼으로 남겨뒀다. 최근 신차들이 거의 모든 조작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는 것과 비교하면 반가운 선택이다.
더 뉴 그랜저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주행감은 예상했던 그랜저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번 모델에 서스펜션과 댐퍼, 스프링 등을 새롭게 튜닝해 40~50대가 선호하는 플래그십 세단의 승차감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포장도로와 노면이 파인 구간을 지나도 운전석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도 부드럽게 걸러낸다.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감각 역시 날카롭고 민첩하기보다는 무겁고 부드러운 쪽에 가깝다. 급하게 방향을 바꾸며 달리는 차라기보다는 도로를 여유 있게 흘러가는 차다. 운전의 재미를 내세우기보다는 승차감과 안정감을 우선한 세팅에서 그랜저가 여전히 ‘아빠 차’의 정체성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1km/ℓ였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하이브리드 차들이 20km/ℓ 이상 연비를 뽐내는 와중에는 다소 아쉬운 수치다. 다만 고속도로와 도심부를 함께 달렸고 전통적인 가솔린 준대형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납득할 만하다.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글레오AI의 작동 범위는 아직 기대 수준에 못 미쳤지만 이 또한 무선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개선될 여지가 크다. 출시 당시 기능에 머물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 SDV의 진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