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유행 넘어 '메인스트림'으로...싱가포르도 'K며들다'[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1:21

[싱가포르=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와아아~!”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 인근 쇼핑몰 ‘파라곤’에 20~30대 현지 여성팬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찼다. 국내 기업 성주디앤디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MCM’이 해당 쇼핑몰 1층에 K팝그룹 ‘에이티즈’ 멤버 민기와 함께 마련한 이벤트 덕분이다. 이날 MCM 매장 앞부터 대기했던 현지 고객들은 불과 1~2시간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곧 건물 3층까지 가득 메웠다. K패션 브랜드와 K팝은 이날 각종 명품 브랜드로 가득찬 파라곤에서 주인공이 된 모습이다.

MCM이 지난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 인근 쇼핑몰 '파라곤' 1층에서 연 이벤트에 현지 여성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김정유 기자)
K브랜드가 동남아시아의 ‘프리미엄 거점’ 싱가포르에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화장품(뷰티), 식품(푸드), 패션 등 각 분야의 K브랜드들이 현지 MZ세대에 깊숙히 전파되고 있다. 단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주류 소비 카테고리로 도약한데다, 브랜드 이미지도 프리미엄으로 위상이 높아진 모습이다. 최근엔 싱가포르 안에서 K뷰티나 푸드를 주제로 한 현지 브랜드를 직접 전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 MICE(복합 비즈니스 관광) 업체 관계자는 “최근 K브랜드 중에서도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K뷰티의 인기가 더 많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K팝 인기와 함께 싱가포르 뷰티 시장 내에서도 K뷰티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한 유통산업 관련 컨퍼런스에서도 올리브영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사회자가 대담 중인 올리브영 관계자에게 “싱가포르에도 올리브영이 필요하다. 언제 들어올 계획이냐”라며 농담을 던지자, 청중들 사이에서 기대감 섞인 환호성이 터져 눈길을 모았다. 이를 본 올리브영 관계자가 “흥미로운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부기스+ 쇼핑몰에 위치한 K뷰티 편집매장 '서울 뷰트'. (사진=김정유 기자)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싱가포르 부기스 스트리트 인근 대형쇼핑몰에서도 K뷰티의 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싱가포르의 오프라인 뷰티 시장은 LVMH 계열의 ‘세포라’가 석권하고 있다. 부기스 스트리트 대표 쇼핑몰 ‘부기스+(플러스)’에도 세포라 매장이 있는데, 이곳에선 ‘코리안 스킨케어’라는 이름의 별도 공간이 있다. 스킨케어 강자인 K뷰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 더불어 ‘라네즈’(아모레퍼시픽(090430)) 같은 대형 K뷰티 브랜드의 경우엔 매장 입구 가장 앞에 배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지 브랜드로 추정되는 K뷰티 편집매장도 눈에 띄었다. ‘서울 뷰트’라는 이름의 매장은 각종 K뷰티 마스크, 스킨케어 등을 별도 매장에서 팔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동남아 1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에도 입점해 200여종의 K뷰티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K뷰티가 싱가포르에서도 떠오르는 인기 아이템이 되자 현지에서도 적극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현지기업이 제주 가정식을 표방해 만든 K외식 브랜드 '김치마마'. (사진=김정유 기자)
K푸드도 보다 저변이 넓어진 모습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단순한 한식 개념의 한식당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 싱가포르에선 다양한 형태의 외식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이 K푸드 브랜드를 만들어 스토리를 곁들인 브랜딩을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부기스 플러스내 위치한 ‘김치마마’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김치마마는 창이공항 2터미널과 부기스 플러스 등에 2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 가정식을 모티브로 한 K푸드 외식 브랜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는 한국인 부인을 둔 싱가포르 남편이 장모님의 손맛을 재현한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실제 매장에 가면 1980년대 편지, TV 등 한국 색채를 살린 복고풍 물건들이 꾸며져 있다. K푸드가 단순 한식의 소개를 넘어 한국의 이야기와 감성까지 전달해주는 창구로 발전한 듯한 느낌이다.

또한 K치킨을 모티브로 한 ‘진짜치킨’이란 외식 브랜드도 젊은 감성으로 현지 MZ고객들을 타깃팅하고 있다. 물론 치킨만이 아니라 파스타, 부대찌개, 라볶이 등 한국화된 여러 메뉴를 다룬다. ‘한국 길거리 음식의 집합소’가 콘셉트다. 이 역시 싱가포르 기업이 만든 K푸드 외식 브랜드다.

'진짜치킨'이라는 다소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브랜드도 싱가포르 현지기업이 론칭했다. (사진=김정유 기자)
패션에서도 ‘K스타일 가방’이 유행을 끌기도 했다. 과거 한국에서도 ‘제니(블랙핑크 멤버) 가방’으로 이름을 알렸던 ‘구름 백’이 주인공이다. 싱가포르 업체들이 K브랜드와 협업해 현지에서 판매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K브랜드들은 싱가포르에서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자가 발전을 하는 있는 상황이다. 한국만의 이미지와 콘셉트를 현지화하는 사업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 확산으로 K브랜드 전반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졌고,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 바이럴 마케팅으로 현지에서도 빠르게 마케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쇼피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K브랜드 전파 방식도 다양해졌단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규모상으론 작지만 구매력이 높고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도 높은 편”이라며 “최근엔 K브랜드를 단순히 모방하거나 그대로 들여오는 것을 넘어 K감성을 들여오되, 현지의 감성과 상황에 맞는 브랜드로 현지화하는 경우가 더 늘고 있어 소비시장의 주류로 올라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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