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으로선 지난해 영업이익(4억 7300만달러·당시 한화 6790억여원)에 육박하는 과징금·과태료가 결정되면서 2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투자를 비롯한 경영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라는 전례가 만들어지면서 기업 규모(매출액)를 기준으로 삼는 현행 제도가 적정한지 적정성 논란도 제기된다.
지난 2월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개보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징금 4235억 7500만원·과태료 1680만원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관련 과징금 2011억 600만원 등 총 6249억원의 과징금·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번 사고가 쿠팡의 기본적 안전관리 체계가 미비하고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게 개보위의 판단이다.
이번 제재 수준은 유심(USIM) 정보 유출로 SK텔레콤에 부과된, 직전 최대 과징금 1348억원의 5배에 육박한다. 당초 업계에서 거론되던 조 단위 제재까진 아니지만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의 경영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6790억여원 그대로 과태료와 과징금으로 내야 할 상황이다. 이미 지난 1분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1조 6850억원 규모의 보상금 지급과 유출 사고 영향으로 영업손실 354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개보위 제재를 반영해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연이은 수익성 악화는 투자는 물론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쿠팡은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열겠다며 부산, 충청 제천 등 전국에 물류센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 인원도 전국 30개 지역, 100개 물류센터 9만여명에 이른다. 실제 지난 2월 초 쿠팡의 고용 인원 9만명대가 깨졌다. 창립 이래 꾸준히 고용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일이었다.
한국마케팅학회장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징금 6000억원가량은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맞먹어 쿠팡 입장에선 위기를 맞을 만한 수준”이라며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커지는 등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팡은 개보위 발표 직후 입장문에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위원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은 “개보위로부터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선례 될까” 업계도 영향 예의주시
이번 개보위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진 기업에 적용될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보위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티빙, CU 택배를 담당하는 BGF네트웍스 등을 조사 중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쇼핑 플랫폼엔 이번 쿠팡의 제재 수준이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나올 제재도 쿠팡에 준하는 수준이 될 수 있어 기업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나오게 된 법적 근거인 ‘매출 연동제 과징금 부과’가 적정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개보위는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우 중대한 위반(최대 매출액의 3%) △중대한 위반행위(1.5~2.1%) △보통 위반행위(0.9%~1.5%) 등에 따라 과징금을 결정한다. 민감한 정보를 동일하게 유출하더라도 매출액이 작은 중소·중견기업은 과징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대기업은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까지 부과 기준에 포함돼 더 큰 제재를 받기 마련이다.
앞서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직원 업무용 PC 해킹으로 회원 42만 7464명의 법상 민감정보인 신장·체중·종교·혈액형 등이 유출됐는데도 매출 연동제에 따라 개보위 과징금은 12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쿠팡에 대한 제재 수위는 직전 최대 과징금이 부과된 SK텔레콤보다도 더 세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로 직접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유출 사고 발생 직후 고객 보상에 힘쓴 점 등이 고려돼 과징금을 경감받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심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엔 1300억원이, 알리페이로의 정보 유상 유출 문제가 불거진 카카오페이엔 59억원이 각각 과징금으로 부과된 데 비해 쿠팡의 과징금·과태료 규모는 형평성에서 과한 측면이 있다”며 “개인 정보 관리와 관련해 다른 기업도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