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동시 압박에 K철강 수출 '뚝'…“보호무역 파고 높아진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7:17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글로벌 보호무역 주의 강화 속 국내 철강업계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 양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장벽 강화 영향으로 지난달 철강 수출이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수입 규제 강화와 탄소세 도입이 임박해지면서 올 하반기 수출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철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5월 국내 철강재 수출량은 232만4843톤(t)으로, 전월 241만4024t 대비 3.7% 감소했다. 올해 월별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 EU 시장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5월 대미 철강 수출은 36만2570t으로 전월(39만9852t) 대비 9.3% 줄었고, EU 수출은 26만9800t으로 같은 기간 17.7% 감소했다. 이로써 미국과 EU를 합친 수출물량은 63만2370t으로, 전월보다 13.1% 줄어 전체 수출 감소를 이끌었다.

미국과 EU는 국내 철강업계의 핵심 수출시장이다. 올해 1~5월 미국과 EU 수출 물량은 총 344만6827t으로 전체 수출의 약 28.8%를 차지했다. 양대 시장에서 수출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 만큼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감소 배경으로는 철강 수입규제 강화가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했다. 최근 일부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완화했지만, 열연강판과 후판 등 주요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U 역시 다음달부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무관세 적용 물량을 기존 연간 3500만t에서 약 1830만t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25%의 두 배인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둘러싼 통상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EU, 일본은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꼽힌다.

정부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에서 철강 수입규제 강화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철강 무관세 쿼터 축소와 신규 무역규제가 양국 교역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EU 공동성명에도 자유무역협정(FTA)의 충실한 이행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통상 협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여전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발생한 잉여 물량을 해외 시장으로 대거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철강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각국의 수입 규제도 잇따라 강화되는 추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국의 철강 정책은 단순한 수입 규제를 넘어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만큼 고부가 제품 확대와 신규 시장 개척 등 수출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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