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달군 '빚투'에 가계대출 9조 폭증…제동 건 금융당국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5:3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5월 한달간 21개월 만에 9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증시 호황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면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의 증가 폭을 키운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급해진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타대출, 코로나 시기 후 5년 만에 최대 증가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모든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달(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2.6배 이상 커진 것이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4년 8월(9조7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것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이다. 지난 4월 2조원 감소했던 기타대출은 지난달 5조3000억원 급증하며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코로나 시기 초저금리로 ‘영끌’ ‘빚투’가 늘던 2021년 7월(7조900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신용대출이 3조4000억원 증가해 4월 감소세(-9000억원)에서 돌아선 영향이다.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도 지난달에만 2조6000억원이 불어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월 가정의 달 자금 수요, 주식 시장 등의 영향으로 한도 대출(마이너스 통장)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며 조정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호황 등을 바탕으로 5월 말 8476까지 오른 데 이어 6월에도 880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코스피의 초강세 랠리 속 ‘포모’ 심리가 확산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분석이다. 과거 9조원대의 가계대출 급증이 주담대 증가 영향이 컸다면 이번엔 증시 투자 자금 수요가 급증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4조원 증가해 전달(5조5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다만 은행권 주담대는 3조2000억원 늘어 전월(2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수도권 중저가 중심의 주택 거래 증가와 기존 분양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 확대 등의 영향이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6조9000억원으로 4월 증가폭의 3배를 웃돌았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2조3000억원 늘어 전월(1조4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상호금융권 증가 폭은 2조1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축소된 반면 보험사(9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6000억원), 저축은행(2000억원)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신용대출 죄기 나선 금융당국…마통 한도 줄어드나

최근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한 가운데 빚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계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4개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년 만기)는 이날 기준 연 4.59 ~6.20%로 상단이 연 6%를 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은행권에 자율 관리 조치를 주문하는 등 신용대출 누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한 상환 유도 등의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지난 2024년에도 은행권에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현재 신용대출 한도는 지난해 6·27 대책의 일환으로 연소득 이내로 제한돼 있다.

당국의 발표 직후 일부 은행들은 곧바로 대출 관리 강화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규 가입 및 대환대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WON뱅킹 앱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서도 대환대출을 중단한다. NH농협은행은 같은 날부터 MCG 모기지보험 가입을 일시 제한한다. 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또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 매주 회의를 통해 이행 현황을 집중 점검하는 등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팔리는 과정에서 앞으로 주담대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신용대출의 변동성도 계속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은 관계기관과 전 금융권이 전력을 다해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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