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지원했는데…모두가 불만인 '모두의 창업'[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6:51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대국민 창업 프로그램 ‘모두의 창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6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1차 서류 심사가 아이디어 1건 당 멘토 1명의 판단에만 의존해 진행된 데다 탈락자에게는 이의신청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서류를 심사하는 인원수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기초 준비가 부실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역점사업이었지만 제도 설계와 운영의 허술함이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4월24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11일 중기부에 따르면 모두의 창업 1기 1차 서류 심사에는 각 기관에서 선정한 ‘책임멘토’가 관여했다. 이들은 도전자 아이디어에 피드백을 남기고 지난 9일 발표된 ‘진출자’ 5000명을 선정했다. 문제는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책임멘토 선정 기준이 별도로 없었다는 점이다. 또 중기부는 각 운영기관에서 선정한 서류 심사 책임멘토 전체 인원수와 실제 누가 심사에 참여했는지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정부 부처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으로는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정부가 주최한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사상 최대 규모인 6만2944명(일반·기술트랙 5만1907명, 로컬트랙 1만1037명)이 지원했다. 신청 홈페이지 누적 접속자 수는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15일 기준 141만8600명이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총 10억원의 상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모두의 창업 1차 모집 관련 예산으로 약 1550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모두의 창업 2차 모집에는 이보다 많은 2000억원이 투입된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모두의 창업 사업 수행기관인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지역 창업 전담기관), 초기엑셀러레이터협회(AC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등은 모두의 창업 2개의 트랙 중 일반·기술트랙 운영기관을 선정해 창진원에 제출한다. 선정된 운영기관은 자율적으로 20명 이상의 멘토를 구성한다. 선정된 책임멘토는 인당 최소 20건에서 최대 40건의 아이디어를 심사하게 된다. 이들이 선정하는 진출자는 전체 진출자의 80%인 4000명이다. 이 과정에서 멘토 선정 기준을 각 운영 기관 자율로 맡겼다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운영기관은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운영경험 △창업지원 전담 인력 3명 이상 보유 △20명 이상 멘토 구성 가능 △교육장 등 자체·협력 인프라 보유 등을 만족해야 선정될 수 있다. 현재 일반·기술트랙 운영기관은 118곳, 로컬트랙 운영기관은 8곳이다. 중기부는 “신청받은 운영기관이 해당 요건에 충족하는지 확인한 후 과거에 문제 소지는 없었는지, 성실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인지 내부적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영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멘토 선정 기준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중기부는 1차 서류 심사 과정에서 도전자 1명의 아이디어를 1명의 책임멘토만 심사했다고 밝혔다. 즉 교차검증 없이 책임멘토 1명이 도전자의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선정 과정에서 객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2차 때는 아이디어당 심사 인원 수 등을 바꾸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기준 모두의 창업 공식 홈페이지에는 3616명의 책임멘토들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실제 1차 서류 심사에 몇 명의 인원이 참여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파산한 스타트업의 대표도 책임멘토 명단에 올라 있다. 경영기획, 마케팅, 자금유치 등이 전문 분야라고 밝힌 책임멘토는 A회사의 대표이사라고 홈페이지에 본인을 소개했다. 서울회생법원은 A회사에 대해 지난 6월 파산을 선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회사를 성공시켜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창업자들에게 제대로 조언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두의 창업 도전자들은 모두의 창업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정 기준 및 멘토 자질에 관한 문의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9일 1라운드 진출자 5000명 확정 이후 홈페이지에는 ‘평가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심사위원은 지원서 전문을 검토했는지, 평가 의견은 어떤 기준으로 작성됐는지 명확히 설명해달라’, ‘모두의 창업 1차 심사 관련 재검토 및 재심사 요청한다’, ‘제가 제시한 아이디어와 전혀 다른 아이템의 심사 의견을 제시했다’는 등 문의사항이 줄을 이었다. 1라운드 진출자 발표가 났던 9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약 이틀 동안 올라온 문의만 378건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의신청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모두의 창업 세부관리기준 제47조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진출자’ 자격을 획득한 사람부터 가능하다. 즉 지난 9일 발표한 서류평가에서 떨어진 ‘도전자’들에게는 이의신청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모두의 창업 책임멘토로 참여한 창업생태계 전문가 B씨는 “전 국민이 창업 의지를 갖게 하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했던 사람에게는 피해가 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강승규 의원은 “중기부는 탈락자와 진출자의 합격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과 멘토의 역량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수천명을 사업에 참여시켰다”며 “곳곳에서 졸속 사업 추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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